2000년이 시작된 게 어제같은 데 벌써 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새로운 천년에 대한 부푼 희망과 기대로 벅차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곧 현실로 회귀하며 단조로운 삶은 계속되었습니다. 보름 동안의 생활이 어떠했나요? 기대했던 만큼 그렇게 희망찬 새천년이었던가요? 우리의 일상은 지속됩니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떤 예언가는 1999년의 종말을 예견했었죠. 우리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흔들리지는 않았던가요. 그런 두려움 뒤에 새천년이라는 극과 극의 감정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벅차지 않았나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거짓말쟁이입니다.

새천년의 도래를 눈으로 보겠다며 광화문으로 몰려든 사람들의 틈에는 욕설과 뒤엉킴의 혼돈이 있었습니다. 희망을 보기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만든 울타리일 뿐이고, 희망과 절망은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새천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희망이라는 말 보다는 기쁨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보름 전 우리는 새천년의 희망에 ‘기뻐했을’ 뿐이라고.

지난 한 해 우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 몇 장이 여기 놓여있습니다. 이 사진들은 우리의 예전 모습이기도 하지만 우리 내일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시계는 우리의 이런 숙명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은 분명 다르지만 시계는 항상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10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거나, 10시에 자고 7시 10분에 일어나기도 하는, 혹은 10시 반에 자고 때로는 8시에도 일어나는 단조로움의 일상을 또다시 살아갈 것입니다.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할 수도, 아님 슬프게도 실업자의 신분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어떤 가요? 기쁠까요, 슬플까요?

1월 11일 화요일 오후 4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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