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항규 (영문98) 신임 편집국장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있다.”

대학신문사 편집장의 자리를 맡게 되면서 불쑥 튀어나온 한 마디였다. 신문사에 뒤늦게 들어와 모든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새내기 시절이 말 그대로 어제 같은데, 벌써 최고 학번 선배의 위치에 있는 내 모습에 쑥스럽다.

어제는 새내기 적에 썼던 날적이를 뒤져보았다. 나의 2년 전 생각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글을 다시 읽으며 잠시 혼란스러웠다. 나 자신이 무척 어리게 느껴지고, 심지어는 귀엽게까지 여겨지는 말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그리고 후배들의 날적이도 보았다. 후배들의 고민과 하소연 투의 말들이 나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했다. 혹자는 대학신문사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거나 대학 신문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가 썼던 날적이와 후배들이 쓴 날적이에는 지난 날 우리 대학 언론의 참길을 찾기 위한 고민과 고뇌가 묻어 있었다.

이러한 고민들을 우리 대학신문사 기자들은 매일같이 하고 있다. 조회, 종례, 신문 평가회의, 편집회의, 기획회의, 세미나 등 셀 수 없을 만큼 빽빽이 짜여진 일정에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대안 언론으로서의 대학 언론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면 언제라도 걸어갈 수 있는 결의가 있다. 비판과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하고, 학내 제구성원의 원활한 의사 통로의 역할을 해야 하며, 무엇보다 독자 대중의 신문이 되어야 한다는 대중신문창출에의 의지와 신념만 있다면, 언젠가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 대학의 ‘날적이’와 같은 신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고민과 고뇌가 배어있는….

독자의 따스한 격려의 말보다 날카로운 비판과 의견에 우리는 더 큰 기쁨을 느낀다.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발전하지 않는’것처럼 고민하지 않는 생활은 제자리 걸음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립대신문은 독자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는 골칫덩어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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