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세기를 진단한다

“50년대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이 과거 진보의 산물로 그림·소설 등에 표현됐지만 70년대에는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묘사되었던 것을 생각해 보라. 21세기의 문화도 마찬가지로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환경 문제가 21세기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물음에 독일 환경운동가 에른스트 바이츠제커는 위와 같이 말했다.

이제껏 인류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라는 명제를 당연하게 여겨왔으며 오로지 급속한 산업화·공업화·정보화만을 추구해왔다. 지구는 생성 당시부터 지금까지 45억 년 동안 산소는 식물이, 이산화탄소는 동물이 내보내고 동·식물은 서로에게서 방출된 물질로 살아오고 있다. 이것이 생태계의 기본원리이다. 그러나 인류의 무차별적인 자연 훼손으로 인해 최근 몇십 년 간 프레온 가스에 의한 오존층 파괴,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 산성비, 열대우림의 감소, 인공방사성 물질과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오염 등 범세계적 규모의 환경 파괴가 자행되어 왔다.

따라서 바이츠제커의 발언은 인류에게 미래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동시에 지난 세기의 과오를 씻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는 또한 그의 저서 「환경의 세기」에서 “더 늦기 전에 생태적 조세개혁에 착수하라”고 주장하며 환경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생태적 세제개혁’을 제시하기도 했다. 생태적 세제개혁은 조세부과를 통한 자연요소의 가격상승, 조세감면을 통한 노동요소의 저렴화로 더욱 적은 환경부담, 더욱 많은 고용을 이룩하자는 기획으로써 동일한 조세부담, 더욱 높은 삶의 질을 마련하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연환경을 이용하는 산업에 대해서는 과세를 무겁게 하고 인간의 노동력이 투입되는 산업에는 세금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정식은 계속 확장하여 환경보호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덴마크는 1993년에 이 정책을 실시했는데 아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영국에서도 이미 많은 부문에서 시행됐다. 또한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은 이미 오래 전에 생태적 조세개혁을 관철시켰다.

지난 1997년에는 이병욱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이 『환경경영론』(비봉출판사)이라는 책을 낸 적이 있는데 이 책의 요점은 “환경성과 경제적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기업이 21세기를 주도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미래는 정보통신과 환경의 시대이다. 따라서 환경성을 도외시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이런 추세는 최근의 TV광고를 보아도 알 수가 있다. 각 회사는 자사의 제품은 환경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을 광고문구로 사용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 대한 고려가 단지 기업의 상품판매 전략에만 머무를 수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세기 민족주의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20세기 경제 중심의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 새로운 21세기는 환경 중심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환의 단초를 2000년 하노버 만국박람회에서 찾을 수 있다. ‘엑스포 2000’으로 불리는 이 만국박람회는 새로운 세기에 열리는 최초의 행사라는 점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엑스포 2000은 인간·자연·기술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환경의 세기로 나아가는 시작을 알린다. 경제와 정치 중심의 패러다임,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극복하고, 문명·인간·생태가 함께 어울어지는 21세기 새 질서를 구축하는 대안 마련을 위한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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