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도 새터 동행취재

지난 2월 25일~27일까지 도시과학대학, 공과대학, 예술대학이, 27~29일까지는 문리과대학, 법정대학, 경상대학이 충청북도 보은골로 새터를 다녀왔다.
“진짜 재미있었어요.”, “대학문화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과별 장기 자랑에서 1위를 못 한 것이 아쉬워요.”

새내기 새로 배움터(이하 새터) 마지막날, 돌아가며 새터에서의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00학번 새내기들은 이렇게 자신의 느낌을 얘기했다. 대학 생활의 첫 테이프라고도 할 수 있는 2박 3일 간의 새터를 마치고 난 새내기들의 얼굴엔 이틀 전 출발할 때에는 없었던 뿌듯함이 배어 있었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참여한 새터에서 의외로 많은 것을 얻었다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새터 기간동안 실제로 새내기들은 많은 것들을 배웠다. 아직은 무언지 잘 모르고 아무래도 낯설기만 한 ‘민중가요’(민가)와, 민가에 맞춰 추는 ‘문예선동’(문선)을 그래도 즐거워하며 어울렸고, 고등학교 때 접해보지 못했던 친밀한 선후배 관계와, 부문 강좌를 통해 새롭게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소나마 기를 수 있었다. 또한 ‘학과 학생회옹립식’ 등을 통해 고등학교 때까지 느낄 수 없었던 학생에 의한 학생회의 참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느꼈다는 ‘대학문화’가 진정한 의미의 대학문화였는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대학문화의 총체적인 특징을 파악하지 못한 채 너무도 쉽게 ‘대학문화란 이런 것이다’라고 단정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대학문화는 일반적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진보성과 저항성을 가지고 공동체를 이루며 행동하는 특성을 갖는다.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 생각은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문제들을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건강한 대학문화를 바탕으로 행해지는 대학생의 참 모습이다라고 할 수 있다.

새터에서의 프로그램은 이러한 특징을 최대한 살리려 한 것이 많았다. 과별 산행을 비롯해 교육, 통일, 낙천·낙선 운동 등에 관한 부문강좌, 대동놀이 등의 행사들은 이제 갓 대학에 발을 들여 놓으려는 새내기들이 대학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일정이었다. 하지만 새터 진행자가 “자기 과 사람이 나올 때만 박수 치고 환호하지 마시고 다른 과가 나올 때도 호응 많이 해주세요”라고 호소할 정도로 지나치게 자기 과 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 과 대항으로 게임을 할 때는 물론이고 대동놀이와 같이 모두 함께 어울려야 할 자리에서조차 타 과와 어울리지 않고 자기 과끼리만 모이려는 모습은 또 하나의 연고주의의 모습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한 새내기가 대학문화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회를 배워나가는 곳, 미리 경험하는 사회로서의 문화’라고 한 대답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대학문화의 주체는 대학생이지만 대학생이 만들고 향유했다고 해서 모두 대학문화는 아니다. 대학문화는 주체의 문제보다는 특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임수길(반도체공학 95)씨의 말은 이 점을 짚어내고 있다. 대학이 사회의 축소판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학을 사회의 전초전으로, 대학문화를 미리 경험해보는 사회로 생각하는 것은 대학문화의 특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뒷풀이 문화이다. 뒷풀이는 말 그대로 ‘뒷’풀이, 모든 일정이 끝난 뒤에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자리이다. 그런데 이번 새터에서의 뒷풀이는 일정이 끝난 뒤의 자리가 아닌 뒷풀이를 위해 다른 일정시간을 보내는 듯한 본말이 전도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실제 뒷풀이 일정은 둘째 날 밤에 정해져 있었지만 많은 수의 학생들은 첫째 날 밤부터 술을 마셨다. 그 여파로 가장 일정이 빽빽한 둘째 날의 진행에 많은 지장이 발생하게 됐다. 이번 새터 때에 많은 과에서 늦잠으로 아침 체조를 하지 못했고, 부문강좌에서 꾸벅꾸벅 조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새터는 새내기들이 대학문화에 발을 들여놓는 첫 관문이다. 어떤 것이 진정한 대학문화인지를 숙지하고 선배가 중심이 되어 새내기들이 올바른 새터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1년 전 새터 내용이 너무 편향되어 있다며 학교 주관의 새터를 통보했던 학교측과 굳이 싸워가며 새터의 주관권을 고수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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