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짓고 1년 6개월 이상 징역을 산다. 중학교까지만 나온다. 성전환 수술을 한다. 몸의 70%에 해당하는 부분에 문신을 새긴다. 손가락의 중지와 검지를 없앤다. 허리디스크를 유발, 머리 크기 키우기, 체중 과다 조절 가운데 자신 있는 한 가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위에 열거한 것은 징병을 피하기 위한 방법(?)같지 않은 방법들이다. ‘군대에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하는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행위들이 최근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양안 시력이 크게 차이 나면 면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한쪽 눈만 라식수술을 받아 병역을 면제받은 사람도 있었다.

대학생들 사이에 카투사(KATUSA)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현상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간다. 대학생들은 카투사생활이 편하다는 장점(주말마다 외출 가능, 또는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등)을 보고 1학년 때부터 토익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 (카투사는 일정 정도의 토익 수준을 지닌 사람들 가운데 무작위 추첨 방식을 통해 선발되고 있다). 정말 우리의 병역 제도는 ‘피하고만 싶은’ 것일까.

우리의 징병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병력규모가 국가 안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규모인가 하는 점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은 “현재 한국군은 60만 명으로 절반을 넘는 35만 명이 후방의 행정, 기술병이기때문에 병력 감축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다”고 말한다. 이에 덧붙여 ‘모병제+징집제’가 가장 현실적인 징병제 문제의 해결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나라 군인들은 전문적인 병력이 아니라 ‘조금 전까지 사회에 있다 잠시 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전체 병력의 화력증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논지다.

프랑스는 96년 ‘군 개혁법’을 단행하면서 25만 명의 병력을 감축했다. 더구나 지원병의 복무기간을 10개월로 한정했다. 하지만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전력을 강화했다고 한다. 반면 이란, 쿠바, 베트남 등의 개발 도상국들은 징병제를 채택하고, 그 기간도 24개월에서 36개월로 상당히 길다. 병역 기간과 전력과의 상관관계를 찾아보기 힘든 증거들이다.

우리는 징병 제도와 관련된 문제에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징병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신뢰 구축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 신뢰 구축의 자리가 최근 ‘남북 정상회담’ 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이 회담이 이산가족을 반세기만에 상봉하게 하고 남북간 경제 협력을 통해 양쪽의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데 큰 계기를 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지만, 상호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군비축소에 대한 협상을 진척시킨다면 사회안정망 구축과 더불어 ‘교육재정 GNP대비 6% 확보’가 현실화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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