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다. 온 누리를 덮어가는 신록은 생명의 환호 그 자체이다. 거기에다가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이 줄을 잇고 있어서, 선인들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사랑과 존경을 나누는 의식으로까지 승화시키려고 노력하였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만든다.

그렇지만 요즈음 캠퍼스의 분위기는 계절의 함의나 선인의 지혜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을 만큼 무겁고 우울하다. 신학기가 시작되자마자 학생들이 전개한 등록금 인상 반대운동은 마침내 대학본부건물을 강제로 점거하는 사태로까지 고조되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무리한 방법으로 교수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학생들이 본부건물을 점거하고 있던 상당기간 동안 학사행정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학생들의 18일간의 본부건물 점거사태는 끝났지만, 지금은 사후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학교당국과 관련학생들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우리 대학이 처음 겪는 것으로서, 원만한 해결을 보기위해 상당한 진통과 시간을 겪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든가,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매어 못 쓴다”라는 말이 있다. 일이 다급할수록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원리원칙을 존중하며 차근차근히 매듭을 풀어나가라는 뜻일 것이다. 이번에 우리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사태, 즉 본부건물의 불법점거에 따른 책임소재의 규명 등의 현안을 처리해감에 있어서도 이 속담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공정함을 원칙으로 하되 교육기관으로서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떤 결착을 보기 전에 다음과 같은 몇가지 사항은 확실하게 짚어 두는 것이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첫째, 사태의 해결에 있어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학생들은 솔직하고 담백하게 과정상의 오류를 인정하고 학교당국과 교직원들에 대해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대학의 시설을 강제로 점령하거나 무리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표명해야 한다. 이것은 학생들에 대한 학교당국과 교직원들의 격앙된 감정을 완화하고 상호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둘째, 학교당국은 작금의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대내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그리고 쾌도난마와 같은 방법으로 이번의 사태를 해결하려는 조급함을 억누르고, 신중하게 수습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학교 당국이 한번 브레이크를 밟는다고 해서 지난 수십년 동안 제기되어온 학생들의 문제의식과 운동의 관성이 금방 멈추지는 않는다. 교육기관의 미덕인 인내와 설득을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여론은 학생들에 대해서도 법규와 제도의 틀 안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의 사태수습이 그러한 전례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태의 수습과정에서 사랑과 존경의 사제관계가 다시 꽃피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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