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을 맞이하여

성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매년 5월의 세째 주 월요일, 올해는 15일인 이 날에 80년생 80만 7천여 명과 81년생 82만 8천 여명이 성년식을 치른다. 지난 해 보건복지부가 성년식의 연령기준을 만 19세로 앞당기면서 올해에는 80년생과 81년생이 함께 성년식을 하게 된 것이다.

성년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것으로 이 의식 후에는 성인의 대우를 받게 되며, 더불어 성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지게 된다. 매년 1월 둘째 주 월요일인 일본 성인의 날에는 젊은이들이 옷을 잘 차려 입고 성인식에 참석한다. 이 날에는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여성을 쉽게 볼 수 있다. 성인식이 지나면 선거권을 얻고 음주와 흡연이 허용되는 등 어른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는다.

구 독립국가연합 중의 한 나라였던 크로아티아에서는 성인식이 마을 전체의 축제이다. 성인을 맞이하는 젊은이들과 가족들이 공연을 하고 어린시절의 비디오를 상영하는 등 온 마을이 떠들썩하다. 성인이 되는 20여명의 아이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1천 여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도 있다. 또한 성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강인함을 보여주어야 하는 곳도 있는데, 많은 원시 부족들은 아직까지도 이와 같은 의식을 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대중적 레저스포츠로 자리잡은 번지점프가 원래는 뉴질랜드의 성인식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예로부터 ‘통과의례’라 하여 관혼상제의 4가지 의례를 일생동안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중요한 것으로 여겨왔다. 관혼상제 중 가장 첫머리에 있는 ‘관례’가 바로 성인이 되는 예식이다. 이는 남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용어로, 상투를 틀고 관을 씌운다는 뜻으로 ‘관례’라 했고, 여자의 경우에는 쪽을 지고 비녀를 꽂는다는 뜻으로 ‘계례’라 했다. 조혼의 영향으로 대개 15세에서 20세 사이에 이뤄졌던 이 관습은 개화기 이후 서서히 사라졌다가 지난 1973년 정부가 ‘성년의 날’을 제정함으로써 현대의 관례로 되살아났다.

그러나 오늘날의 성년식은 옛날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집안의 행사로써 여러 가지 엄격한 규범에 따라 행해졌던 관례나 계례와는 달리, 현대의 성년식은 대개 학교나 여러 사회단체에서 이루어진다. 성년을 맞는 사람들의 의식 또한 많이 바뀌어, 성인이 되었다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끼기보다는 가벼운 축제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년의 날이라고 해서 드는 특별한 감정이나 생각은 없어요. 그냥 선물을 주고 받는 날 정도의 느낌이죠.” 이번에 성년을 맞는 황성봉(건축도시조경 00)씨의 말이다. 성년의 날에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하는 상업회사들의 홍보 전략은 달라지는 사회의식을 반영한다. 인터넷 서비스 회사 유니텔은 이번 성년의 날에 ‘성년의 날 맞이 올바른 성 알기 피임 캠페인’을 할 예정이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성년이 지난 이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나눠주기로 한 것은 달라진 성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대학에는 특별한 성년의 날 행사가 없다. 대부분 각 학과에서 술자리를 갖고 친한 사람들끼리 작은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고작이다. 몇몇 대학이나 사회단체처럼 전통 성년식을 치르는 것까지는 어렵더라도, 간소한 행사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몇몇 학생을 뽑아 성년 선서를 하는 등의 행사는 성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하나의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성년의 날에 받는다는 세 가지 선물, ‘장미꽃, 향수, 연인의 키스’에 대한 막연하기만 한 동경은 진정한 성년의 의미를 희석시키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성년의 의미를 지나치게 낭만적인 것으로만 여기지는 않는지, “완전한 사회인으로서 정당 권리에 참여하고 신성 의무에 충실해 어른의 도리를 다 할 것”이라는 성년 선서의 한 구절을 되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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