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제의 의미를 찾아서

큰 세력이 하나로 합침. 천하가 번영하여 화평하게 됨. 대동의 사전적 의미이다. 해마다 5월이 되면 전국 대부분의 대학들이 축제를 연다. 그리고 많은 대학이 그 축제에 ‘대동’이란 이름을 붙인다.

70년대 쌍쌍파티로 대표되는 ‘카니발’이라고도 불렸던 서구적 분위기의 대학 축제는 대학생들이 독재 정권 하의 현실을 인식하면서 새로이 개념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등장했던 것이 대동의 이념이었다. 전통적인 ‘대동 놀이’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는 대동의 정신은 억눌린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이상이었다. 대동 놀이에서는 일이 놀이화되고 놀이가 작업화되는, 생산과 일상성이 조화되는 동양적 이상향의 삶의 형태를 꿈꾼다. 이와 같이 자칫 모순되어 보이는 대비가 합일될 수 있는 이유는 이것이 환상적, 신화적 상상력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축제는 사람들이 집단적 꿈을 성취하고 난 후 마음놓고 즐기는 것이다. 전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을 수확 후의 축제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먹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시대에 추수는 무엇보다도 큰 희망의 성취였을 것이다. 이러한 기쁨을 우리 나라의 한가위든, 서양의 추수감사절이든 어떤 형태로든 집단적으로 표현한 것이 축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쁨을 표현하는 무대는 민족적 활력의 전시장이라 일컬을 수 있으며, 여기에서 집단적 힘의 발산이 나타난다. 에너지의 발산이기 때문에 축제는 예술적 세련이라든가 절제와는 거리가 멀 수 있다. 그럼에도 현대의 축제에서 우리가 예술화를 지향할 수 있는 이유는 예술정신을 통해 힘의 발산을 제어하고, 그럼으로써 힘의 민주화를 도모하려는 염원이 있기 때문이다. 대개 5월에 열리는 대학 축제에서 5·18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갖는 것은 축제가 갖는 이러한 특성을 보여준다. 집단적 의식을 통해 단순히 놀고 즐기는 것만이 아닌 희망과 염원을 담아내는 장으로서의 축제가 되는 것이다.

오는 23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우리 대학의 축제는 ‘2000년 전농벌 대동한마당’이란 이름으로 ‘하나의 어우러짐으로 시대의 주인됨으로 우뚝섬’이라는 모토를 걸고 치러질 예정이다. 이는 대동의 의미를 제대로 나타낸 이름이며 모토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이름과 기치를 걸고 치러진 다른 대학의 축제와 지난날 우리의 축제를 돌아보자. 새롭고 신선한 일정을 찾아보기 힘든 행사들이 예년과 비슷하게 열렸다. 지나치게 대중문화와 차별성 없는 유희적인 면으로 치우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학생들의 호응도 줄어들고 있다.

과거 대동 놀이의 정신을 살린다고 해서 전통적 축제의 표현 방식이 그대로 재현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민속예능과 같은 농경사회적 전승연희가 과거의 시대사회를 반영한 것이라면 현대에는 현대의 기호가 있을 것이다. 대중 가요, 화려한 조명, 전자 기기 등의 기호가 대중적 상업문화와 흡사하다는 이유만으로 비판받을 수는 없다. 그것이 현재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기호라면 주저없이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과거 축제에서의 신화와 같이 그 안에 얼마나 현대의 환상과 이상을 담아낼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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