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여론

젊은 사람들까지 흰머리와 대머리가 많아지는 것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분주한 일상사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각박한 삶을 살아간다는 징표이다. 예전보다 생활이 많이 윤택해지고 편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요즘 사람들의 마음이 더 빈곤해져 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知足者 貧賤亦樂, 不知足者 富貴亦優(만족할 줄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하여도 즐겁고, 만족할 줄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하고 귀하여도 근심스럽다)”라는 옛말씀 그대로이다. 사람은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불안하고 초초해지며 짜증이 나고 우울해진다. 그러나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남에게 베풀며 살고 싶고 땀흘려 일하고 싶어진다.

큰 배움집인 대학에서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도 배워야 하겠지만, 이와 같은 자신을 추스릴 줄 알고 남을 이해하고 돕는 지혜와 도량을 닦는 곳이다. 지식과 기술만을 생각하면 이제 정보화사회에서 대학은 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성과 지도력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덕목이기에 대학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학구성원 모두가 지성인들답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서로 협력하여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오직 자신들의 생각만이 옳고 그에 따르지 않는 다른 구성원들은 자기들을 핍박하는 세력의 앞잡이라는 발상은 누구에게나 옳지 않은 태도이다.

이번에 벌어진 등록금인상 반대를 위한 대학본관 점거사태는 ‘易地思之(입장바꿔 생각함)’하는 마음의 여유가 없고, 서로 자신은 옳고 잘못된 것은 모두 남의 탓인 것처럼 여기는 상호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에 틀림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교수, 학생, 직원 그리고 동창들 각자가 우리 대학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는지, 과연 그것이 최선의 길이었는지 한 번쯤 되돌아 볼 때가 되었다.

이제 자신들이 스스로 부족했던 점들을 반성하고, 서로 만나 사과하고 용서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때이다. 기차길 옆에 사는 어머니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에는 금방 깨어 젖을 물리지만, 시끄러운 기차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코까지 골며 잠을 잔다. 이는 어떠한 현상(기차소리의 크기)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대하는 마음(자식에 대한 관심)이 어떠하냐에 그것을 지각하는 내용과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우리에게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어떠한 대학내의 어려움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5월은 우리 서울시립대학교 개교기념일로부터 시작해 어린이와 어버이날,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오신날,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 그리고 시대인의 대동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달이다. 이달 말쯤에는 지난 일의 후유증이 말끔히 씻기고, 시대인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져 오길 기대한다.

권원오
(서울시립대 총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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