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구체화된 이후로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대규모 양민 학살을 자행했던 사실, 한국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하기까지 한 ‘매카시 상병 탈주사건’, 그리고 얼마 전 미군기의 ‘매향리 폭탄 투하’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 동안 미국이 보여준 모습은 반미 감정을 돋우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매향리 폭탄 투하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그 동안 피해를 입어온 평택, 군산 등의 지역 주민들은 지방자치 단체와 공동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여 주한 미군에 대응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땅 미군기지 되찾기 평택시민모임’은 “미군은 전국 7천 4백 만 평에 이르는 95개 기지에 대해 한국 정부에 임대료를 내야한다”는 요지의 기자회견도 가졌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녹색연합, 민주노총 등의 시민사회단체들도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Status Of Forces Agreement) 개정과 관련하여 미군 주둔비 분담에 대한 절차적 문제와 형사관할권에서 나타난 차별 등 두 가지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은 주한 미군의 지위에 관한 협정으로 주한 미군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는 ‘불평등’ 조약이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상 외국군대가 주둔국의 법질서를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한미주둔군 지위협정 하에서는 주한미군의 구속수사가 불가능하다. 미군이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질러도 한국 사법당국이 구속수사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한국은 주한미군에게 기지사용에 필요한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 밖에 우리 나라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한국인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고 있다. ‘한국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면서 도리어 우리의 법질서를 해치고 있으니 앞뒤가 안 맞지 않는가.

시대가 많이 변했다. “청바지를 입지 말고, 커피도 마시지 말자”라고 다짐했던 20년 전의 대학생과 “청바지를 즐겨 입고, 모닝 커피를 꼭 마셔야 하는” 지금의 대학생의 의식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도 불변하는 것이 있다. “우리 할머니들을 희롱했던” 50년 전의 미군이나 “우리 언니, 누나들을 살해하는” 지금의 미군은 한결같이 변함없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우리가 자기네 것인 양.

새천년, 새시대에 우리는 자주 주권 국가로 되살아나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요즘 인기 있는 유행어가 지금 우리의 입장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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