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전학협·8기 한총련 출범식

“여러분들은 80년대와는 다르게 자유롭게 운동을 선택했고 그러기에 끝까지 운동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들에게 희망을 느낍니다” 지난 27일 2기 전국학생회협의회(전학협) 출범식에서 청년진보당 사무처장 김선욱씨가 남긴 축사의 일부이다. 이번 전학협 출범식은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 개정 및 양민학살 진상규명 범국민대회’와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 전원석방을 위한 결의대회’를 가진 후 시작되었으며, 출범총회에서 정동휘(고려대 총학생회장)씨를 의장으로 선출하고 출범식 본행사를 진행하였다.

‘정체와 퇴보, 패권과 배제의 학생운동의 마감’을 선포하며 99년 8월 처음으로 출범한 전학협은 자본주의의 종착지는 자유와 평등이 아닌 파괴와 폭력임을 주장하며 ‘반자본학생회연대체’를 표방한다. 3, 4월 총선 투쟁과 4·30 메이데이 투쟁을 핵심으로 2천년 상반기 투쟁을 전개했던 전학협의 이번 출범식은 한총련 출범식 일정과 겹치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정동휘 의장은 “2천년 투쟁 일정에 맞추다 보니 우연찮게 겹쳐진 것이지 학생운동의 분열을 조장하려는의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출범식에 참가한 신주희(충남대 99)씨는 “올해로 출범 2년째인 전학협은 아직 조직체계가 견고하지 못하고 대중성의 확보도 미비하다. 그러나 학생운동 조직에서 한총련만이 아닌 새로운 조직이 건설되었다는 자체는 학생운동이 한 단계 발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8기를 맞는 한총련 출범식은 ‘승리자의 축제의 장’이라는 기치로 약 1만 3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부산대에서 열렸다.

폭우 속에서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전국연합)과 유가협, 민가협 등 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부경총련 의장 이희종(부산대 총학생회장)씨의 사회로 출범식 전야제가 진행되었다. 리비아 혁명위원회의 축사로 시작한 전야제에는 ‘한반도’, ‘조국과 청춘’, ‘우리나라’, ‘희망새’, ‘천리마’ 등의 문예공연이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 8기 한총련 중앙상임위원회의 결의발언이 있었다. 전국연합의 오종열 의장은 “남·북·해외가 국가보안법 완전철폐를 결의하고 조미평화협정을 체결하며,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로 연방통일조국을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27일은 한총련 박람회와 강연회 등의 출범식 주요행사들이 아침부터 부산대 교정 곳곳에서 치러졌다. 이외에도 노동자·농민·학생 축구대회, 노동자·학생연대·농민·학생연대의 모범을 소개하는 민중연대 한마당이 열리기도 했다.

출범식 본대회는 전국여대생대표자협의회(의장 유정숙, 전남대 총여학생회장), 한총련 산하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의장 김상화, 경북대 총학생회장)와 조국통일위원회(의장 손재혁, 창원대 총학생회장)의 출범식이 차례대로 진행된 후, 한총련 이희철(조선대 총학생회장) 의장의 옹립식과 8기 한총련의 출범이 선언되었다. 이희철 의장은 ‘자주·민주·통일된 새 조국을 건설하는 그 날까지 투쟁의 기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천봉쇄를 발표했었던 경찰은 서울, 광주, 강원, 전북 등의 대학가를 봉쇄하거나 버스회사에 압력을 넣는 식으로 학생들의 출범식 참가를 저지했었다. 그러나 막상 부산에서는 부산경남지역의 80여개 사회단체가 한총련 출범식 평화적 개최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평화적인 여론을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물리적인 충돌이나 원천봉쇄는 없었다. 부산대 주변의 시민들도 출범식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학생들이 이렇게 평화롭게 시위를 한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있는가”라며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번 한총련 출범식에서 아쉬었던 점은 부산대 총학생회가 출범식 개최 여부에 대한 총투료를 실시하지 않은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할 한총련 출범식에서 부산대 총학생회의 출범식 개최 단독 결정은 ‘2천 7백여명의 출범식 개최 반대 서명운동’에 관한 대자보가 붙여지는 아이러니한 광경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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