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를 향한 북한 이해하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말은 어느새 진부한 옛 가락이 되어 버렸다. ‘6·15 남북정상회담‘과 ‘8·15 이산가족상봉’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맞이하면서 누구든 한 번쯤은 ‘북한은 어떤 곳일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우리의 머릿속에는 ‘동토의 제국’, ‘빈곤과 기아의 국가’, ‘자유가 없는 독재국가의 전형’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우선적으로 연상되고 있을지 모른다.

분단상황에서 최근 뜨거워지기 시작한 북한에 대한 관심은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지켜본 국민들의 태도에서 명확하게 보여졌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천 이백만 국민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고 국민들로 하여금 가슴 찡한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실제로 남한사회에서의 북한 연구는 1960년대 들어서면서 통일원이 설치되고 몇몇 대학들에 통일문제연구소가 설립되면서 기초 연구가 시작됐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와 더불어 대학에 북한학 강좌가 교양 과목으로 개설되어 관심의 정도가 증폭되었고, 1994년 동국대에 북한학과가 신설되고 잇따라 명지대, 관동대, 고려대 등에 북한학과가 생기면서 북한학의 위상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충남대의 경우 북한학 교양강좌가 인기과목으로 격상하면서 지난 학기에 비해 수강신청자 수가 18%나 늘어났다. 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쉽게 알 수 있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밖에 과거의 불신에서 벗어나 최근 형성되기 시작한 ‘이젠 통일할 수 있다’는 믿음 역시 북한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는 ‘북한은 북한, 남한은 남한’이라는 부동의 틀을 깨는 데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을 연구하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연구자가 사회주의 체제 안의 행위자가 되어 북한을 연구하는 내재적 접근방법이 있고, 자본주의 가치 척도에 의해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연구하는 외재적 접근방법이 있다. 외재적 시각이 북한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할 가능성이 있다면, 내재적 시각은 북한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확대·강조할 우려가 있다. 기존의 북한 연구는 학문적 차원의 연구보다는 정책적 차원의 연구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따라서 연구자의 시각이 정치환경이나 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 연구의 상당수는 정부당국의 통일정책을 설명하거나 반공 홍보자료로 사용되어 북한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어느 한 방법만을 절대 지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원화되어 가고 있다. 이는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 세계화·정보화·개방화의 새로운 질서 성립에 기인한다. 일찍이 아베크롬비(Nicholas Abecrombie)는 『The Dominant Ideology Thesis』에서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지배 이데올로기가 완전히 내면화된 경우는 없으며, 인류 역사에서 지배 이데올로기는 일방적으로 내면화되는 것이 아니라 피지배자에 의해서 재해석되고 수정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북한이 탈주체사상, 탈김정일 체제, 탈로동당의 일당 독재 체제, 탈전체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할 때에만 비로소 체제 내적인 민주화가 추진되며, 다원주의적 통치가 실현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실제로 북한은 구소련의 붕괴와 동구 사회주의 국가 몰락 등으로 인해 체제유지를 위한 난항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또한 1990년 이후 지속적인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북한이 겪는 어려움은 현실적으로도 매우 많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개선과 더불어 이제는 북한 연구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북한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만으로는 북한을 알 수 있는 통로가 지극히 제한적이다. 국가보안법과 같은 제도적 규제 철폐, 북한 학자들과 대학간 교류 활성화, 자료확보 등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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