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의 ‘막우주론’을 조명한다

“영화 ‘스타트랙’에 돈도 못 받고 출현하게 된 것이 나에게는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전기가 됐던 것 같아요”. ‘휠체어의 천재’ 스티븐 호킹(Stephen W. Hawking)은 지난 2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강연회를 통해 위와 같이 말했다.

호킹은 1963년 루게릭병을 앓게 되어 온몸이 마비되는 불행을 겪었고 금방 죽을 것이라는 우려를 남겼지만 지금까지 많은 이론을 연구·발표하여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천체물리학자다.
호킹의 방한 목적은 ‘막우주론’의 연구에 대한 중간발표 정도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호킹은 ‘3차원 이상의 새로운 공간에 관한 우주론’을 발표하기 위해 방한 기간동안 여러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우주론은 일반적으로 우주의 기원과 그 진화과정, 그리고 궁극적인 운명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근 호킹이 연구하고 있는 ‘막우주론’은 입자물리학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막우주론에서는 ‘우주는 거대한 4차원 막에 붙어 있는 세계’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11차원으로 이뤄진 우주 중간에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의 세계(전-후, 좌-우, 상-하, 시간)로 이뤄진 얇은 막이 형성돼 있고, 이 막에 우주 만물이 붙어 있다는 것이 가설의 핵심이다. 막우주론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11차원인 우주에서 보이지 않는 7차원은 4차원 세계와 공존하지만 단지 그 차원이 원자핵보다 더 작게 말려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석했었다. 그러나 이번 가설은 7차원이 4차원 막 밖에 존재하므로 빛조차 막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눈으로 보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우주진화에 대한 기존의 우주론을 살펴보면 대략 세 가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기 시작한다’, ‘영원히 팽창한다’, 양자의 중간에 해당하는 마지막 가능성은 ‘영원히 팽창하되 그 속도가 점점 느려져 결국 멈추게 된다’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우주론은 4차원의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을 근거로 우주의 진화과정을 설명해 왔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팽창하면서 은하들을 이끌고 나가는 것은 공간 자체이다. 따라서 태초의 우주, 즉 태초 원자가 막 폭발한 시기에는 폭발의 파편이 튀어나갈 ‘어떤 바깥’도 없었던 것이다. 우주는 스스로를 단단하게 감싸고 있기 때문에 우주는 물질, 에너지, 시간, 공간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공과도 같은 것이다. 이것이 막우주론과 기존연구와의 차이점이다. 즉, 막우주론은 무경계 우주의 이미지를 제시했을 때 ‘바깥쪽’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한다는 말이다. 호킹 박사가 수학적으로 증명해 보인 빅뱅, 블랙홀의 증발, 우주 팽창이론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중력의 양자이론을 접목한 끈 이론이 등장한 이후 10차원 혹은 11차원의(96년 이후) 우주론이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어왔다.

막우주론은 입자물리학 관점에서 제기된 것으로 이론만으로는 우주의 발생과 진화를 수학적으로 증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 가설이 맞는지의 향후 연구는 고성능 입자가속기 실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 증명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과 우주에서 ‘바깥쪽’으로의 길이 있는지 규명하는 것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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