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람 큰 이야기 - 한국체육대학교의 김태경씨를 만나

170cm남짓한 키에 60kg의 체중. 운동선수의 강인한 이미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체구였다. “건장한 체구를 생각하고 오셨을 텐데 기대에 많이 어긋났죠? 원래 요트는 힘보다 기술이 중요하거든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나눈 김태겸씨는 현재 한국체육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요트부에 왜 들어갔냐는 물음에 김씨는 “요트를 꼭 하고 싶었어요. 중학교 때 처음 요트부에 들어갔으니까 운동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이나 됐네요”라며 웃었다. “축구 같은 운동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국민들의 관심도 대단하잖아요. 요트는 방콕 아시안 게임 때도 금메달을 여섯 개나 땄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없어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이럴 때 얼마나 서러운지 아세요?” 그는 아쉬워했다.

지금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양궁, 펜싱 등의 선수들이 금메달을 획득하고 있다. 하지만 요트는 예선에서 모두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요트의 경우, 바람이 어떻게 얼마나 부느냐와 배의 장비 등이 승패를 좌우하는 지수가 된다. 열심히 훈련하고 공을 들였어도 운이 어떻게 따라주느냐에 따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메달이 아니면 알아주질 않아요. 은메달이나 동메달이 금메달보다 못한 게 뭐 있어요. 노력은 동메달 딴 사람이 더 많이 했을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김씨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지원정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도 차원에서의 지원만이 있을 뿐이다. 시합경비부담, 동·하계 훈련, 유니폼제공, 장비지원 등이 그것인데 김씨의 경우 2인승 요트선수임에도 불구하고 1인승으로 훈련을 받고, 툭하면 요트가 부서지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또한 원래 바다에서 해야 하는 요트경기를 한강에서 해야 하는 고충도 겪는다. 바다의 파도와 역동성은 강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이 훈련들은 결국 수박겉핥기식에 불과하다.

또 정부 차원의 지원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88올림픽 때에 딱 한 번 배를 생산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100% 수입한다. 강대국이 정한 ‘한정판매의 원칙’에 의해 그들 나라가 사고 남긴 질 낮은 배만을 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리나라 요트역사가 50년인데 외국의 500년에 비길 수가 있겠어요? 걔네들은 배만 타면 날아요. 캐나다처럼 요트의 유무가 빈부격차를 증명한다는 나라에서 살고 싶네요”라는 김씨의 말에 부러움이 한껏 배어 있었다.

김씨는 대전실업팀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은 상황이다. 실업팀에 이미 포진돼 있는 유수한 선배들의 틈에 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실업팀에 가지 못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실업팀에 가지 못하면 유학을 갈 생각이에요. 가서 요트국제심판자격증을 따고 싶어요. 전 요트 없이는 살수가 없을 것 같아요”라고 김씨는 말했다. 주류 스포츠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안타까운 현실 속에도 김씨와 같은 스포츠인이 있기에 음지에서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선전하는 종목들은 결코 인기에 준하는 것이 아님을 비추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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