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 미래를 여는 과학상식

과연 우리는 질병을 유전자치료로 극복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인가? 유전자치료법은 2000년 5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347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425건의 임상시도가 실시되고 있으며, 수백 건의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암의 경우, 임상시험 3기를 거쳐서 향후 10년 내에 유전자치료법에 의한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 확실하나, 전체적으로는 개발단계의 수준에 있다.

성공적인 유전자치료의 실용화에 있어서 선결되어야 할 가장 큰 두 과제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유전자 전달방법의 개발과 인체 생리의 보다 완전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환자의 세포에 효율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여 발현되도록 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과 전략이 개발되어 왔다. 세포에 DNA(유전자를 함유한 생체물질)를 전달하여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DNA를 운반해주는 vehicle기능의 물질이 있어야 한다. 현재 vehicle로 많이 이용되는 것은 바이러스인데,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바이러스 유전체내에 우리가 목적하는 유전자를 끼워 넣어서 재조합된 유전체를 가진 바이러스를 제조하고, 이렇게 재조합된 바이러스를 환자의 혈관이나 조직에 넣어주어 세포를 감염시키고, 여기서 유전자가 발현되게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사람 세포에의 감염효율이 높고, 고농도로 생산이 가능하여 많은 세포에 높은 수준으로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어서, 현재 80 %의 유전자치료 시도에서 바이러스를 vehicle로 이용하고 있으나, 보다 효율적인 vehicle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효율성보다 더 중요하게 검증되어야 할 것이 안전성이다. 작년 9월 펜실베니아주립대 병원에서 J. Gelsinger라는 청년이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치료를 받다가 사망하였다. 한꺼번에 많은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면서 면역기능이 갑자기 증폭되어 간, 신장, 폐 등이 순식간에 손상을 입었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Genetech이라는 회사에서도 4명의 암환자가 유전자치료를 받다가 사망하였다.

또한, 최근의 조사에서는 미국 전지역에서의 유전자치료 도중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으나 발표하지 않고 숨겨왔던 임상 시도가 652건이나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사고들로 인해 최근 미국 FDA와 의회에서는 유전자치료의 임상시도에 대한 감시를 훨씬 강화하고 있다. 사실, 최근까지 유전자치료의 임상시도는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관계당국의 큰 감시를 받지 않고 행하여져 왔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다는 생각만을 앞세웠고, 명예심이나 금전적인 욕심도 작용하였을 것이다.

10년동안의 유전자치료법 개발 과정에서 얻어진 가장 큰 수확은 인체 생리에 대한 이해의 증대라 할 수 있다. 인체를 대상으로한 모든 임상시도는 먼저 동물실험에서 그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되고서야 시작된다. 실패한 임상시도들도 모두 성공적인 동물실험 결과에 기초하여 출발한 것들이다.

그런데, 생쥐에서는 성공하였는데 왜 인체에서는 듣지 않는가? 가장 확실한 답은 “Man is not a big mouse”라는 것이다. 즉, 생쥐의 생리와 인간의 생리는 분명히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을 위한 유전자 치료 시도는 인간을 대상으로한 실험을 통해서 그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많은 유전질환자나 암환자들이 기꺼이 자신을 이러한 임상실험의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진행중인 수백건의 임상시도중 성공한 극히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서 이들의 희생이 무의미한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 모든 유전자치료 임상시도의 과정과 결과는 완전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실패한 경우가 주는 메시지는 더욱 중요한 것이며, 다음 번의 임상시도는 이로부터 파악된 문제점을 개선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인간자신의 생리를 더욱 깊이 알게 되고,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이 개발되면서 유전자 치료를 이용한 질병에 정복이 가시화될 것이며, 이는 우리 세대에서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황은성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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