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심속에 흉물스럽게 늘어선 건물

청계고가도로를 지나가다 보면 청평화상가 옆에 흉물스럽게 늘어선 건물들이 있다. 퀴퀴한 냄새, 곳곳에서 보이는 폐자재, 어지럽게 연결된 보일러관 등은 마치 영화 속 ‘할렘’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는 단지 환경미화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안전상의 이유로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이다. 실제로 지난 97년 서울시는 삼일시민아파트 13동 주민들에게 붕괴위험 등을 이유로 ‘긴급대피명령’ 처분을 내렸다.

이 곳이 재개발 구역으로 선정된 것은 17년 전인 84년이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환경정비법에 따라 이 곳을 ‘황학동 재개발구역’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 90년도에 ‘재개발을 해도 좋다’는 승인을 서울시로부터 받았다. 97년도에 동아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재개발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 듯 보였다. 하지만 98년도 IMF 사태 당시 동아건설이 부도를 내면서 재개발 공사가 중단됐다.

이제까지 재개발 사업추진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황학동 재개발 구역에서 공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시공업체가 현재 없다. 또한 재개발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가 많은 것도 공사진행이 힘든 주요한 원인이다. 우리대학 오동훈(도시행정) 교수는 “도심지 재개발의 경우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상가건물 위에 허가를 받지 않고 건물을 짓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세입자가 또 다른 사람한테 세를 줄 수 있다. 처한여건이 다른 사람들이 많다보니 보상안도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어대책마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황학동 재개발 주민들은 올 해 안에 재개발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우리땅 찾기 대책위원회’ 한귀석 위원장은 “과거 조합장은 땅을 매입하는데 소극적이어서 시공업체를 선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 8월 30일에 선출된 새로운 조합장은 땅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리땅 찾기 대책위원회’에서 올해 3월부터 계속 땅을 매입하려고 노력해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구청의 입장은 유보적이다. 주민들로부터 별다른 연락도 없었고, 시공을 하겠다고 자처한 업체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한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 대다수가 영세민인 상황에서 땅값이 비싼 시유지를 구입할 능력이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작년에 롯데건설이 황학동재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 조합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아직 서울시로부터 정식으로 승인을 받지 않았다. 보상 금액 등 비용이 만만치 않아 머뭇거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울시가 도시개발공사 등을 통해 공영방식으로 재개발하는 방안도 주장하고 있다. 오동훈 교수는 “도심권 환경개선 작업은 단지 그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만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듯이 도심지재개발에 드는 비용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정정도의 지원은 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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