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문화상 - 시부문 평론부문 당선작 수상 소감

토요일마다 빈 교실에 모여 미숙한 시들을 두고 토론하던 문학동아리 ‘할’(사견이나 망상을 꾸짖어 반성하게 하는 소리’라는 뜻을 가진 불교용어) 회원들의 얼굴이 눈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바람에 쓰러졌던 갈대들이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 어깨동무하고 일어서듯이 지금껏 기쁜 일 힘든 일 모두 함께 해온 선배들과 친구들, 그리고 후배들이 있어 부끄럽게나마 제가 상을 타게 된 것 같습니다. 넘어질 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 그들에게 고맙고 앞으로도 험난한 문학의 길을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루지 못할 것이 없는 것처럼 생각되던 고등학교 시절이 아쉬운 기억만 남겨두고 제 곁을 떠나갑니다.

아지랑이처럼 미련 없이 떠날 줄을 알아야 하는데도 자꾸 후회가 남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제게는 걸어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먼 시절, 밑천이라곤 열정뿐이지만 그것을 믿고 달려가야겠습니다. 제 보잘 것 없는 고등학교 시절에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어제는 길을 걸어가다가 전깃줄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보았습니다. 시월, 다가오는 겨울에는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다는 듯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던 그 잠자리들의 모습이란. 아, 저도 더 이상 밀려날 데가 없다는 각오를 해야겠습니다. 비장한 모습의 잠자리처럼, 저도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시련이 다가오면 부딪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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