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학교 후문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언무관(言武館)’. 학문과 무예를 상징하는 두 글자가 언뜻 오롯한 선비정신을 표상하는 듯하나 사실은 대학언론사와 학군단(ROTC)이 이 건물에 함께 입주(?)하고 있는데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언무관 2층에는 대학신문사, 영자신문사, 방송국으로 구성된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언론사의 본체가 자리잡고 있다. 이 곳으로부터 대학인의 숨결을 담은 주장과 목소리들이 활자와 전파를 타고 캠퍼스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그래서 언무관 2층은 대학인의 말을 기록하는 곳이자 동시에 그것을 퍼뜨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공인된 ‘말길(言路)’을 자처하는 대학언론 3사 중에서도 핵심조직에 속하는 곳이 바로 서울시립대신문사다. 이곳에서는 격주로 발간되는 <서울시립대신문>을 위해 20여명의 학생기자들이 불철주야 뛰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자로서의 활동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하나같이 ‘바쁘다’를 연발한다. “한 한기 신문을 준비하는 기획회의부터 매주 있는 편집회의, 취재, 조판일자까지 맞추다 보면 현역기자인지 학생인지 분간이 안 갈 때가 많다”는 편집국장 김상곤씨(경영 98)의 푸념은 비단 김기자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부 김보경 기자(국사 99)는 신문사 생활에서 가장 난감할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편집회의를 앞두고 기사 아이템이 없을 때, 인터뷰 날짜에 대상자의 핸드폰이 꺼져 있을 때, 기사 마감일을 컴퓨터의 텅 빈 모니터와 함께 맞이할 때”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토로 속에는 기자로서의 집념과 패기가 묻어난다. 기자들의 지난 학기 평균학점이 3.0은 넘는다고 하니 이들의 분주함에는 학생의 본분 또한 잊지 않는 프로근성이 내비치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시립대신문>은 창간 36돌을 맞이했다. 창간기념호를 준비하면서 기자들이 모토로 삼았던 주제는 ‘통일’이었다. 창간기념호를 만드는 데 수습기자로 참여했던 박형수씨(국사 00)는 “통일이라는 주제를 단순히 시류를 쫓아 쉽게 선택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신문사는 취미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동아리가 아니다. 기자들 각자의 개성과 세계관이 부딪히는 토론의 과정을 통해 신문의 큰 주제 하나 하나가 탄생한다”는 것이 박기자의 말이다. 그는 민주적인 토론의 습관을 신문사 생활을 통해 얻은 최대의 수확으로 꼽는다.

토론은 자신에 대한 책임감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일까. 바쁜 일정 속에서도 동료기자들의 경조사만은 꼼꼼히 챙기는 것이 신문사 기자들의 철칙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불과 일 이년 전만 해도 캠퍼스의 여유와 낭만을 꿈꾸었을 학생기자들에게 대학생활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김보경 기자의 ‘고백’이 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나에게 ‘술 마시고 놀던’ 대학생활은 한 학기만으로 족했다. 나의 의식속에서 대학생활의 환상이 걷힐 무렵, 내가 선택한 곳은 신문사였다. 그 뒤로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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