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커플의 현재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까? 여자가 묻는다.
-그렇다. 남자가 대답한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죠? 하고 여자가 다시묻는다.
-나는 정치적으로 너와 입장을 같이한다.
-됐어요. 그럼, 우리사이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동지군요.

박일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나오는 80년대 C.C의 대화이다. 90년대를 지난 21세기 현재의 C.C는 어떨까. 지금은 그때와 같이 사상의 차이로 인해 C.C가 되지 못하는 경우는 드물다. 80년대가 C.C를 되도록 기피했다면 요즘 대학에서의 C.C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것은 우리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등교 길과 강의실 이동 도중 바쁘게 뛰면서도 손을 꼭 잡은 커플, 노천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커플들을 우리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노천과 연결된 배봉산은 우리대학 커플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데이트 장소이기도하다.
C.C들이 말하는 C.C의 좋은 점은 ‘같이 있을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시간표도 같이 짜고, 밥도 같이 먹고, 도서관도 같이 갈 수 있다. 학교 생활이 곧 연애 생활인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단점도 있다. 사생활이 없다는 것. 상대방 모르게 딴 짓(미팅, 소개팅 등)을 할 수 없고, 어떤 일을 하던지 주위의 눈치가 보인다. 99학번 이모양은 “C.C는 장점도 많지만 헤어지고 난 후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아요. 새로운 인연을 만들려면 주위의 눈치도 보이구요. C.C가 되려면 신중해야해요”라고 말한다.

설문조사 결과 3∼4월이 커플이 가장 많이 생성되는 시기였다. 그 중에서도 첫 MT가 가장 피크다. 둘이서 조용히 사라졌다 들어온다면 그들은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할 것! 데이트 장소로 우리대학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곳은 다름 아닌 ‘학교’이다. 우선 이동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학생식당에서 식판 하나로 둘이 같이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00학번 박모양은 저녁은 몰라도 점심은 대부분 학교에서 해결한다고 한다. 냉난방이 철저히 되는 아늑한 까페테리아는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우리대학 제일의 데이트 장소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커플들이 여름방학을 다 지내지 못하고 그 수명을 다하는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C.C들의 고비는 사귄 지 3∼4개월 정도이고 그 기간을 잘 지내면 둘 사이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들 대부분의 생각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리던 핸드폰이 갑자기 잠잠해졌어요. 학과 커플이었는데 헤어진 후 과방에 들어가면 보이지 않는 커튼이 있는 듯 서로를 애써 외면하죠. 핸드폰 사용료도 현저히 줄었구요” 00학번 김모군은 C.C의 후유증을 이렇게 말한다. “내가 헤어짐에 익숙해 졌을 즈음 그 애는 우리 학과 다른 사람이랑 사귀고 있었어요. 그렇게 되면 나도 그 애도 그 사람도 불편하게 되죠” 99학번 이모군의 경험은 C.C 최대의 단점이다.

“내게 C.C는 지옥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아픔이 있을지라도 대학생활에서 애틋한 경험을 한 번쯤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그들의 결론이다. “헤어진 후에는 증오였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낸 다음에는 그것이 증오의 감정일지라도 그 감정을 경험하게 한 사람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갖게 되었다”는 99학번 김모양의 말처럼 사랑을 통해서만 성숙할 수 있는 인생의 어떤 단계가 있다면 C.C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물론 결혼까지 이어진 C.C도 많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