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학번 임동창씨를 만나

“똥입니다.” 전화를 걸 때,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임동창씨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상대방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닌 듯 통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시원시원하면서도 거침없는 말투.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는 그를 “그냥 임동창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냥 임동창’. 우리 가락을 피아노 선율에 담아내어 ‘컬트 피아니스트’라고도 불리는 그는 국악,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과 함께 퓨전 스타일의 공연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를 찾기 위해 피아노를 개조해서 쳄발로 같은 소리를 내는 피아노의 소리를 담은 솔로 음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를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든 경계를 허무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자 쟁이. 그러나 그를 규정하는 그 어떤 설명도 그를 충분히 다 담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가 살아온 이력은 참으로 독특하다. 중학교 2학년 때 음악 시간에 들은 선생님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 처음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서 하루에 꼬박 16시간씩 연습을 하고, 공부도 뒷전으로 미룬 채 피아노를 치다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 어느날 피아노를 치다가 “내 육신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참 나’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어 출가하였고, 화두에 몰두한 나머지 도를 닦고 싶어서 군대 휴가나온 차에 절로 들어갔다가 복귀하지 않아 유치장 신세도 졌다고 한다.

그가 대학에 들어간 사연도 이색적이다. 작곡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 쇤베르크가 쓴 「작곡기법」을 번역한 서울시립대 최동선 교수를 찾아가 그 선생님 밑에서 작곡을 공부하던 중에 서울시립대 음악학과에 들어와 작곡을 전공하게 된 것이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손수 오케스트라를 편곡해서 야외 음악회를 열기까지 했다. 그의 음반 <神/我/爲>에 수록된 ‘놀이 Ⅰ’의 주제가 그때 작곡한 것이라고 한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EBS 기획시리즈 ‘임동창이 말하는 우리 음악’(월∼목요일 밤 10시 40분)도 이러한 그의 성격을 다분히 보여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딱딱한 강연이라기보다는 우리 전통 음악을 직접 느끼고 즐기게 만드는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이루어진다. 그의 피아노 소리와 함께 국악인, 연극배우, 조각가, 화가 등의 예술가들이 직접 펼치는 ‘어우러지고 신명나고 멋들어진’ 퍼포먼스를 통해 그는 우리의 전통 음악을 관객이 직접 느끼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그의 본업이 작곡임을 잊지 않고 있었다.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그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지만, 그래도 그는 하루 바삐 방송을 끝내고 작곡을 하고 싶어 했다. 과연 그는 어디서 음악적인 영감을 얻을까. 창조적인 영감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는 ‘영감’이라는 말을 곧바로 본능이라고 고쳤다. “영감이 아니라 본능이고, 아이디어가 아니고 진실이야. 사람들이 대개 예술가 하면 어디서 영감이 떨어지고 한다고 말하지만 다 헛꿈 꾸는 거야. 저절로 우러나와야 된다는 것, 정말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것, 그러니까 곧 진실이지. 영감이니 환타지니 하는 그런 멋있는 말 속에서 숨어 있으면 안 되는 거지. 그래서 예술가가 아니라 쟁이야, 쟁이.” 어떤 명성이나 인기에 흔들리지 않고 음악 그 자체를 사랑하며 음악에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쏟아붓는 창조적인 음악가의 모습을 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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