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진 캠퍼스의 신록이 5년째 대풍(大豊)이라는 전언을 실감나게 합니다. 대학의 가을은 역시 청명한 하늘과 결실이 어울리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이 순간, 맑은 햇살을 받아 안은 캠퍼스의 대로를 걷노라면 형언 못할 미열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아마도 성취의 결과물을 바라보는 대학인의 기쁨일 것 같습니다. 혹은 주체하기 버거운 청춘의 신열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풍성함과 열기가 지난 82년간 ‘서울시립대학교’의 토양에서 자라난 ‘시대인(市大人)’의 노력과 고뇌, 희망와 패기의 역사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수도서울의 역사와 그 삶을 같이 해 왔습니다. 조국의 근대화를 선도했던 서울의 발전사는,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수많은 학문적, 사상적, 시대적 과제를 서울시립대학교와 공유하는 작업을 통해 이루어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세기 초, 우리 나라가 자급자족경제를 국가존립의 제 일의 과제로 정립했을 때, 서울시립대학교는 농업기술의 개량과 축적에 그 일익을 담당하는 것부터 제 역할을 다해 왔습니다. 산업발전이 국가발전과 동일시되던 시절에는 산업의 기초분야를 연마한 인재들을 배출하여 튼실한 테크노크라트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습니다.

이제 서울시립대학교는 명실공히 세계적인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한 서울시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도시학을 특화하여 연구함으로써, 현실의 문제와 끊임없이 연결점을 모색하는 살아 숨쉬는 상아탑으로 재도약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근 한세기에 달하는 서울시립대학교 발전사의 기저에는 시대의 과제를 명징하게 이해하고 해석하는 젊은 대학인의 맑은 정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맑은 정신’이란 복잡미묘한 현실적인 이해관계에 얽히기보다 과감히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는 양심적인 지성과 패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러한 대학정신의 요체를 매년 서울시립대학교에 입학하는 새내기 후배들의 눈빛에서 확인하곤 합니다. 새내기의 눈빛은 원숙의 미덕은 없으되, 창공으로의 비약을 꿈꾸는 젊은 이카루스의 그것입니다. 붓질을 기다리는 화선지의 단아한 흰색을 닮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매년 저는 새내기 후배들에게 “여러분의 의식 속에 백지를 한 장 준비하라”는 무언의 조언을 되뇌이곤 합니다. 그리고 백지의 한칸 한칸을 조심스럽게 채워나갈 것을 간절히 바랍니다. 그 백지가 훗날 불후의 명작을 담은 캔버스가 되길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오늘 자랑스런 모교인 서울시립대학교가, 예비대학생 여러분이 준비해올 백지를 채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이중 새천년을 대비한 교육 인프라의 구축은 지난 수년간 서울시립대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심하여 주력해온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서울시립대학교는 2인 1PC 사업을 성공리에 마친 대학중의 하나로 손꼽힙니다. 저렴한 교육비와 쾌적한 학습환경은 다른 어느 대학과도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학문분야가 고르게 발전해온 전통은 종합대학으로서 서울시립대학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이러한 모든 조건을 바탕으로 서울시립대학교는 저의 젊은 시절에 그러했던 것처럼 예비대학생 여러분의 소중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능성의 요람, 서울시립대학교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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