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학교 발전계획안(이하 발전계획안)의 개요가 발표된 후 대학교육 관계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 비판의 요지는 발전계획안이 “후발대학들의 기능별 유형화를 통해 사실상 대학을 서열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등록금 자율화 방안을 통해 등록금 인상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의 교육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모아진다. 더불어 발전계획안이 제시하는 ‘책임운영기관제’는 교육부가 대학운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대학민주화의 산물이랄 수 있는 총장직선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우리는 현 정부의 출범 초기부터 진행되어 온 개혁정책이 교육영역만은 비켜가야 한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문제야말로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온존해온 부정과 부패의 매개고리였음을 진지하게 자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기형적인 문자숭배주의, 학벌만능주의가 낳은 학맥의 문제는 지역감정과 함께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병폐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러한 학맥의 문제는 재계, 정계로까지 이어져 현대판 골품제도라 일컬어질 정도로 사회적 폐단이 되었던 것이다. 소위 명문대학들이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한편, 사회적 특권계급을 재생산하는 합법적 제도로 백안시되는 것 또한 학맥의 병폐가 우리 사회에 끼친 악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핵심은 학맥과 같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독특하고도 고질적인 문제를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보자면 교육부가 내놓은 발전계획안은 이미 폐단의 범주를 넘어서 기정사실화된 학맥의 문제를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숙고되어야 한다. 발전계획안이 기능별 분류를 통해 대학을 서열화 한다고 했을 때, 이는 교육이라고 하는 언뜻 가치중립적인 제도안에 학맥의 문제를 온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유경쟁이라고 하는 자본주의적 가치에 교육제도를 내맡기는 것 또한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켜 결과적으로 대다수 국민들 사이에 학벌에 대한 열등감을 심화시키고, 동시에 고질적인 학벌만능주의를 고착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사태가 이렇게까지 번진다면 애초에 기획했던 교육개혁 시도는 말 그대로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교육개혁을 논함에 있어 우리는 그간에 국·공립대학이 맡아왔던 역할을 다시 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공립 대학의 최대장점이라 할 저렴한 교육비와 양질의 교육서비스는 우리 사회 전체에서 학맥과 같은 병폐가 치유불가능할 정도로 심화되는 것을 막아 온 소금의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가난한 서민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획의 최대한 보장하여 자칫 학벌의 서열화가 사회전체의 계급적 서열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왔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개혁정책은 공교육의 사회적 순기능을 최대한도로 보장하는 선에서 진행되어야 마땅하다. 공교육이 시장논리에 내맡겨질 때, 그나마 큰 돈 없이도 얻을 수 있었던 교육기회를 박탈당한 일반서민들의 상실감은 치유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