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지난 달 20∼21일 이틀간 세계 26개국 정상과 약 3000명의 각국대표 및 관련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와 유럽의 새천년 평화번영의 동반자 관계’를 케치·프레이즈로 한‘ ASEM-2000’, 즉 제 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는 큰 성과를 얻고 폐막되었다. 이 회의는 우리 역사상 초유의 대규모 정상급 국제회의였으며,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의 역할이 각광을 받는 가운데 한국의 위상이 크게 부각되는 회의였다. 3개월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었고, 열흘 전에는 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주관함으로써 이번 회의는 한반도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고, 국제 평화에 기여한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지난번 2차 런던 아셈회의가 나름대로 외환금융 위기를 맞이한 아시아 여러나라의 위기 극복에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이번 3차 서울 회의는 남북한 협력관계 증진과 동북아 지역 평화체제 발전에 기여하고, 더 나아가 세계적 안보체제 구축과 평화적 협력관계의 증진을 가져올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 선언’이 체택되고, 한국의 제의에 의한 ‘유라시아 정보통신망’ 구축이 합의되었고, 유라시아 학술교류 및 교육기금 설립에도 동의하였다. 아셈회관의 건립과 주변환경 정비에 든 비용, 그리고 자원봉사자의 헌신과 이틀간의 2부제 차량통행 제한 등 국민들의 부담과 협조 등 무시할 수는 없다. 260개에 달하는 NGO 대표가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참여하여 아셈 개최를 성토한 것도 그 의미를 평가해야 한다.

아셈은 본래 EU가 아시아를 상호 대등한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하는데서 출범했으며, 그것은 아시아 국가들이 지난 수십년간 이룩한 경제성장과 그로 인한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향상의 결과로 이룩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여러나라도 냉전종식 후, 초 강대국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견제·균형 달성의 필요성을 느껴왔고, 동남아 지역 경제발전에 있어 미국·일본의 과다 참여에 대한 유럽 대륙 여러 나라와의 견제의식도 작용했다. 그리하여 ‘아시아 유럽 간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 구축’이란 주제하에 1차 방콕아셈 회의가 개최되면서 유라시아 협력의 가교(架橋)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아셈은 EU, ASEAN, NAFTA 등과 같은 경제권역내 국가간의 협력체가 아닌, 광범위한 지역간 협력체제이며, 구조와 운영 면에서도 포괄성과 비공식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회의의 결과는 합의와 의장성명(statement)을 통해 선언적 성격의 합의사항을 공표할 뿐, 규범적 강제력 보다는 정치적 협력을 유도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아셈회의의 성과
서울 아셈회의가 실질적 성과도출에 실패했다는 비판적인 견해를 갖는 이유는 이러한 아셈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결과이다. 비록 구속력이 없는 선언과 합의사항의 채택이지만, 그것이 미치는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여론을 조성하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는 결코 경시할 수 없다. 유럽과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멀어서, 서구문화의 원천인 이들 나라들과의 교류확대는 노력을 필요로 하며, 이들 나라들과의 교류확대는 우리나라 문화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한 선진국 정치인들이나 그 부인들이 보인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 태도를 본받는 것만 해도 아셈 회의 개최의 보람을 찾기에 충분하다.

이동호 교수
<경제 국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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