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아시아·유럽 각국과의 무역-투자 등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상황을 확인시킬 수 있는 호기라는 ‘제3차 ASEM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삶의 파괴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투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로 집약되었으며 시애틀, 워싱턴, 프라하에서 WTO, IMF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던 국제적인 반세계화투쟁과 만났다.

그러나, ‘아셈에 의해 추진되는 계획들은 지난 2년간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탄 내온 신자유주의를 확산시키고 안착화시킨다’라는 민중들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상회의는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우리의 과제는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 10월 아셈투쟁이 남긴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하여, 진전을 위한 고민의 단초를 정립하는 것이다.

아셈과 파탄난 민중의 삶은 화해할 수 없다!
아셈을 겨냥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나왔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인류의 보편적 이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윤율저하 경향속에서 위기에 직면한 자본의 의식적인 프로젝트이므로, 노동에 대한 공격을 필연적으로 수반하면서, 그 이익은 금융투기를 통하여 이윤량을 늘리려는 초국적 자본에게 돌아갈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민중운동 진영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과 불안정 노동의 만연, 여성,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생태계의 파괴, 제3세계의 주기적인 외채위기, 농업 파탄, 빈민탄압과 노점단속으로 인한 생존의 위기, 공공성의 파괴 등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민중의 고통과 불안의 원인을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규정하고 IMF 경제위기 이후 지속되어 온 민중들의 투쟁을 아셈을 겨냥하여 집중하고자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아셈 투쟁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전면반대’와 ‘비판적 개입’이라는 입장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틀 안에서 공존하여 ‘결집된 역량을 어디로 가져갈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상황에 착목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모색
이번 10월 아셈투쟁으로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투쟁은 일단락된 것이 아니라, 출발이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한다는 것’의 실천적 함의를 구체화시켜야만 한다. 이것의 단초는, 우리가 구조조정을 통해서 한국 사회를 금융적 팽창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제국주의의 세계화 전략에 반대하고, 민중의 세계적 연대와 이를 통한 보다 보편적인 세계적 가치의 실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는 ‘외자유치만이 경제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 목놓아 외치며 김대중정부가 추진해온 지난 2년간의 구조조정이 실상은 민중의 삶을 파탄내는 주범이었고, 계속되는 2단계 구조조정 역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끈질기게 주장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기본권, 환경, 인권, 문화를 모조리 팔아치우고 이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 책임마져도 내던져버리며 오직 해외투자가들에게 최적의 투자환경을 제공하고, 초국적 자본의 무한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 은밀히 추진해 온 한미·한일 투자협정이 불러올 폐해를 수면 위로 부각시켜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세에 맞서는 데 있어, 노동자 민중이 투쟁의 중심세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류미경
<투자협정·반 WTO 국민행동 정책위원>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