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시대인 - 공정거래위원회 허선(경영 71) 정책국장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장, 이 직책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를 과천정부청사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청사입구마다 배치된 경찰들과 각 건물마다 발급되는 방문객증. 우리대학 동문인 허선 정책국장을 만나기 위해 꽤나 진땀을 뺐다.

“학생 때는 땅을 딛고 산 것이 아니라, 희망을 딛고 살았어요. 지적 욕망이 왕성한 시기라 독서삼매경에 빠졌었고, 공부가 재미있었어요”라고 허 국장은 자신의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우리대학 71학번인 그는 농업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수료하였다. 그리고 졸업한 해인 75년도에 17회 행정고시에 합격, 서울시청과 경제기획원 등을 거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일할 때보다 외국에서 일할 때, 더 인정받았고 능력을 발휘하기가 좋았어요. 외국은 아무래도 제약이 적으니까요.” 허선국장은 79년에서 81년까지 미국 뉴욕대학 공공행정대학원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마치고, 90년에서 93년까지 독일경제연구소의 초청연구위원으로 독일 통일경제를 연구하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무실에는 최근 남북관계에 대한 신문기사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승진 직전이 가장 힘들어요. 누에는 나방이 될 때까지 다섯 번 잠을 자고 껍질을 벗습니다. 그때마다 몸집이 더 커지죠. 승진을 하면 역할이나, 부리는 사람, 쓰는 돈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승진 전에는 항상 괴로운 잠을 자야하죠”라며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기업들과 싸워서 이겼을 때, 그때가 가장 기쁘죠.” 이것이 허 정책국장이 말하는 힘든 일상에서 보람을 느끼게 하는 일들이다.

그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공정거래법 개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중 주요한 사안은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의 3년 연장이다. 계좌추적권이란 기업간의 거래에 대한 은행구좌를 추적할 수 있는 권리이다. “재벌기업간의 내부부당거래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계좌추적권이 필요한데 이는 헌법을 고쳐야 하는 아주 힘든 싸움이다”라고 허선국장은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허선 선배는 우리대학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지금은 디지털 혁명의 시기입니다. 이전의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면에서 평등한 시대가 왔습니다. 이제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이 아니라, 창의성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 시대입니다. 금방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 유연한 사고와 새로운 창발력(創潑力)을 가지고 살아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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