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한 여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줌마’라는 또 다른 호칭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아줌마’가 드라마의 소재이자 제목이 될 정도로 단순한 호칭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시대의 아줌마의 모습은 다양하다. 우선 시끄럽다. 시장에서의 억척스러운 가격 흥정, 지하철이나 버스에서의 조금은 무례한 자리다툼, 자식들에 대한 잔소리, 남편에 대한 내조, 이웃 아줌마들과의 수다 등 아줌마의 겉모습과 첫인상은 좀 ‘교양이 없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아줌마들의 전부는 아니다. 아줌마들의 진정한 모습은 바로 그들의 용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80년대에 가전제품 회사들을 상대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힘을 모았던 모습, 교육개혁을 외치고 학교에서의 폭력을 추방하고자 했으며, 시민단체를 주도적으로 조직하여 각 부분에서 침해당하는 시민의 권리를 회복하려 한 그들의 노력은 강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린당했던 우리들의 권리를 되찾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과거의 이러한 것은 독재정권에 대한, 포악한 대기업에 대한, 그리고 사회폭력에 대한 싸움이기도 했다.

아줌마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지금도 여전히 시민들은 많은 부분에서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의 우리 사회와 역사는 아줌마의 ‘억척스러움’과 ‘교양없음’이 필요했던 것이다. 남자들이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우리의 아줌마들은 보란듯이 해냈다.

올 겨울 경제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깊어가고 있다. 경제상태의 거울이라고 하는 증권시장이 극도로 침체되어 있고 오랫동안 망설여오던 구조조정도 드디어 시작되려고 한다. 잠시동안 IMF를 잊고 살았던 우리에게 어느덧 가을이 지나가고 다가오는 겨울도 꽤 추울 것 같다. 다시 한번 3년 전의 각오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이런 상황은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것은 직접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아줌마들이다.

우리의 아줌마들의 다시 억척스러움과 용기를 발휘하려 한다. 노동부 산하 중앙고용정보관리소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중 노동부고용안정센터와 지방자치단체의 취업알선센터를 통해 취업한 기혼여성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어머니이기도 한 아줌마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생업의 현장으로 진출한 것이다. 이제는 아줌마들의 억척스러움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보다는 그 억척스러움을 본 받아 각자의 위치에서 그것을 발휘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이다.

오늘도 시장에서 시끄럽게 콩나물 값을 깎고 있는 아줌마를 본다. 단돈 100원을 깎기 위해 고함치는 모습. 그 사이로 원 샷을 외치면 술집 사이를 헤매는 우리들의 모습이 스쳐갔다. 내 지갑 속에 있는 100원짜리 동전의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 아닌 아줌마로 바뀌어 있었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