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의약분업

지난 해 11월 말 약사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은 뒤, 개정된 약사법을 ‘개악(改惡)’이라 주장하며 의사들이 6월 말 동맹 휴업을 한 것을 시작으로 의약분업의 문제는 표면으로 들어났다. 그 후 연이은 의사 및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와 전국 대학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의약분업 사태는 국가적인 이슈가 되었다.

전공의들의 진료가 사실상 전면 복귀된 상황에서 매일 방송과 신문에서는 의약분업 사태가 일단락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국 의대생들은 아직 수업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은 현재 수업 일수 부족으로 집단 유급의 위기에 처해 있다.

전국 41개 대학 의과 대학생들은 지난 11월 27일 수업복귀여부 찬반투표를 했으나, 투표율이 28%에 불과해 투표 자체가 무효 처리됐다. 이 투표에 대한 결과와 수업복귀에 대한 각 대학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지난 11월 30일 전국대표자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전국 41개 대학은 약사법이 국회에 상정되는 오늘까지 수업 거부를 유지하고, 상정된 약사법의 내용에 따라 수업거부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묻기로 했다. 또한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 전국 대학의 대표자와 정책단은 수업에 복귀할 경우와 거부할 경우, 각각의 상황에 따른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토의했다.

현재 의대생 전원이 수업거부 124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한양대 비상대책위(비대위) 신정훈(의학3년 98) 집행위원장은 “의약분업 초기에 진행된 행동들은 소위 말하는 밥그릇 싸움이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지금 저희 의대생들이 진행하고 있는 투쟁들은 과거의 모순된 의료행정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전공의들이 진료를 복귀한 지금의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의대생들의 수업거부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의사에 대한 일반의 시각은 기득권층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 입장에서의 저희 의대생들은 절대 기득권층이 아닙니다. 의료계 내부의 문제 해결이라는 순수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투쟁을 도출된 성과 없이 중도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라고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국민과 함께 하는 의료개혁’이라는 모토아래, ‘취지에 맞는 약사법 개정’, ‘지역 의보(의료보험) 재정 50% 국고 지원’,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위상 강화’ 등의 개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 11월 6일 수업복귀명령이 있은 이후 한양대 의대생들은 이미 유급 시한을 넘겼다. 현재 1, 2학년으로 구성된 의예과 학생들은, 지난 11월 28일 수업에 복귀해 밀린 수업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의예과 비대위 이지선 위원장은 “1, 2학년들의 의식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의예과는 의학과와 뜻을 같이 합니다. 의예과가 수업에 복귀한 것은 의학과와 견해 차이로 생긴 것은 아닙니다”라고 입장을 밝히고 교육을 통해 의식형성에 힘쓰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의학과 비대위 금효섭(의학3년 98) 언론국장은 “중요한 것은 유급이 되느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유급은 저희의 목표를 위한 한 방법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비대위 관계자들은 의대생들이 집단 유급 처분을 받았을 때 나타내는 일차적인 문제는 앞으로 들어올 신입생과 등록금의 문제라고 말하며, 집단 유급시 이에 대한 학생자주화투쟁을 진행할 것이라 한다.

또한 신정훈 집행위원장은 “의대생들의 의견 조율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아직 전국 비대위들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앞으로의 행보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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