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토론 수업 발전 방향 점검

최근 대학가에서 전공·교양을 불문하고 발표식 수업(학생들의 발표가 수업 진행 및 학생 평가에 포함되는 수업)이 크게 늘고 있다. 손정훈 (경영학부)교수는 “사회는 대학에 대해 업무 능력 외에도 커뮤니케이션, 글로벌적인 안목 등 다양한 능력을 길러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 방식 또한 이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 수준 편차 커수준높은 강의 기대 힘들어
하지만 발표 수업에서는 강의 운영주체가 교수에서 학생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위험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가공, 발표하는 활동은 학습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참여 학생들의 의지·정보량 등에 따라 강의가 부실해질 수 있다.

우선 일부 학생들의 미숙한 발표 준비 및 낮은 수준의 결과물에 문제가 있다. 서울시립대신문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은 “학생들의 지식은 미성숙한 경우가 많아 교수나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보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거나 “교수가 전적으로 진행하는 일반 강의에 비해 과목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 핵심적인 내용 둘 다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이수정 (경영 04)씨는 “파워포인트 제작, 발표 능력에만 치우치다보니 학습내용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무시되고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발표를 위해 활용하는 기초자료가 부실할 위험이 있다. “발표 준비를 위한 자료 조사를 주로 어디서 찾느냐”는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교재(7.1%), 수업 내용(2.7%)보다는 대부분 인터넷(61.9%)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대학가에서 표절과 논문짜깁기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발표 정보가 부족하거나 수업 내용에 미숙한 학생들일수록 인터넷에 개시된 레포트나 논문을 비판적 검토없이 그대로 옮겨와 자신의 의견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발표식 수업이 일반적으로 팀별 활동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무임승차자(프리라이더)의 발생 또한 중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응답에 따르면 팀 구성원 모두가 균등하게 활동하는 경우는 43.6%로 절반을 넘지 못했으며, 무임승차자가 발생(33.7%)하거나 연장자·고학번 등 일부의 주도로만 활동이 진행(22.8%)된다는 응답이 나머지를 차지했다.

피드백의 부족과 낮은 집중도 또한 문제
학생들에게 책임이 주어지는 발표식 수업의 특성 상 발표내용 및 발표방식에 대한 교수의 보완 설명(피드백)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피드백이 대부분의 발표식 강의(전체의 75% 이상)에서 이루어진다고 답한 학생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수업 중 50%~75% 정도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응답이 42%로 제일 많았고, 25%~50%로 “가끔 이루어진다”는 응답이 36%로 비슷한 수를 차지했다.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6%)도 있었다.

한편, 강의를 듣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발표식 수업이 일반 강의에 비해 집중도 또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학생(54.1%)들이 일반 강의의 집중도가 높다고 응답한 데 반해 발표수업이 높다고 답한 경우는 9.2%에 불과했다. 일반 강의에 비해 내용 수준의 편차가 크다는 특징도 중요한 이유이지만, 설문에 참가한 한 학생은 “학생들의 발표 내용은 일반적으로 시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청중들의 집중도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발표식 수업 방식 구조화 모색통해효과적인 수업 뒷받침돼야
현재 우리대학에서는 학기 말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평가를 진행한다. 이런 제도들을 통해 발표식 수업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용숙 열린교육연구소장(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은 “발표식 수업은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른 득ㆍ실의 차이가 극대화된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최근 들어 대학가에서 발표식 수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효과적인 발표식 강의 진행을 위한 방안들을 모색함으로써 하나의 통일된 진행 방식으로 구조화하는 단계로 이어진다면 효과적인 수업 방식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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