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험기간에 필자는 도서관에 책을 찾기 위해 갔다. 분명 대출가능이라고 등록돼있는 책이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도서관 사서에게 도움을 구해야만 했다. 몇 분간의 도서 일련번호와의 싸움 끝에 도서관 사서는 필자에게 “책을 찾을 수 없다”며 “요즘 시험기간이라 책을 몰래 숨겨두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책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필요했던 책을 서점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필자 개인으로 본다면 아주 사소한 일이다. 그냥 조금 운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학교 전체로 살펴본다면 수많은 책들이 도서관 여기저기에 누군가만 아는 비밀스런 장소에 꽂혀있을 지 모르는 일이다. 이로 인해 불의의 피해를 본 학생들이 몇 명일까. 도서관 사서에게 물어보니 시험기간만 되면 하루에 10명 정도 책을 찾지 못해 도서관 사서에게 부탁을 해온다고 한다. 그 중 원하던 책을 찾아가는 사람은 극소수. 시험기간을 2주라고 쳤을 때 단순계산으로 약 140여 명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물론 그 책들을 숨긴 사람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친구에게 책을 빌려줬는데 친구가 오랫동안 연체를 해서 대출이 정지됐다는 피치 못할 사정들 말이다. 하지만 어떠한 사정이든 그들은 잘못됐다. 여럿이 함께 보는 책을 옮지 못한 방법으로 독점하려 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을 타인에 대한 에티켓의 시작이라고 여긴다. 이곳이 일본은 아니지만, 타인보다는 가까운 학우라는 끈으로 묶인 이상 서로 함께 쓰는 도서관에서 학우를 위해 자신의 자그마한 욕심은 접어두고 책을 복사해 가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아 학우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

다음 학기에는 학생들이 책을 찾지 못해 사서에게 부탁하는 일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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