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에도 농촌봉사활동을 위해 많은 대학생들이 농촌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이는 의례 있어왔던 청년들의 ‘삶의 체험봉사’로써 오래 지속되어 왔다.

20여 년 전, 그 당시 농촌봉사활동을 마치고 기쁨으로 충만한 웃음을 띠며 돌아오는 이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한숨과 함께 돌아오는 이들도 있었다.

1986년 8월 26일자 신문에는 신창수(환경 82)씨가 쓴 ‘친구에게’라는 편지글의 기사가 실려 있다.

그는 농촌봉사활동을 가서 농촌 청년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이야기를 듣는다. ‘흙도 만져보지 못한 도시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험한 일을…’, 또는 ‘나는 도시학생들이 봉사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진정 농촌을 사랑한다면 많은 지식인들이 흙에 파묻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이죠’.

그는 결국 농촌생활에 동화될 수 없는 자신을 깨닫고 편지에 이렇게 전한다. ‘이 마을 청년들과 노동을 하고 술, 담배를 같이 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이 될 수 없네. 게다가 한 농촌 청년이 말한 것과 같이 학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 남아 일을 하는 것이 진정 근본적인 농촌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농촌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는 도시청년과 농촌의 삶에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진 농촌청년들 사이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이 짧은 편지에 잘 나타나있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