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에게 묻는다. “당신은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합니까?” 대답은 십중팔구, 옷이다. 그녀들에게 옷은 당연히 입는 것이지만 늘 고민되는 인생의 동반자이다. 교복과 체육복만 번갈아 입던 학창시절을 지나, 정형화된 정장을 입어야 하는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 대학시절의 옷은 아마 그 어떤 시기의 옷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을 것이다.

내일은 뭘 입을까? 당신의 선택 기준은…
옷 고르는 데에 20~30분이 걸린다는 김하경(숙명여대 약학 05)씨. 그런데 그녀는 오히려 등교 시간보다 잠자리에 들기 전이 더 바쁘다. 내일 입을 옷을 미리 입어보고 결정해야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그녀의 언니는 그녀가 입는 여러 종류의 캐주얼을 보며 부러워하고, 고등학생인 여동생은 무심한 표정이지만 옷 고르는 데에는 꼭 한 마디씩 거든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생각보다도 언니나 동생이 예쁘다고 칭찬하는 옷을 입기로 한다. ‘옷은 나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설희(광운대 화학과 06)씨는 군대에 가 있는 남자친구가 휴가 나올 때마다 쇼핑을 하러 간다. 군대 가기 전에도 주위에서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그녀의 남자친구이기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키가 작은 편이라 최대한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입으려고 노력한다. 남에게 보이는 것도 신경 쓰이지만 나를 꾸미면서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느낀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것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그녀의 의복착용의 동기는 ‘자아 향상과 매력추구의 양면성’에서 찾을 수 있다.

옷은 입어보고 사야 vs 돈·시간 절약 인터넷이 좋아
아르바이트나 용돈의 일부를 옷 구입비로 사용하는 여대생들에게 비싸기만 한 옷은 필요없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옷을 사야하기 때문에 같은 값으로도 자신의 매력을 더 많이 발산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려는 여대생의 눈과 손, 그리고 발은 바쁘게 움직인다.

최근 한 조사기관에서 서울·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여대생 10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민국 여대생 브랜드 선호도’ 조사 결과, 가장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는 명품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로 나타났다. 인터넷쇼핑몰 부문에서도 유행에 따라 자신만의 개성을 뚜렷하게 연출할 수 있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상품을 올리는 1인 사장들이 가장 많이 포진한 인터넷쇼핑몰을 선호했다.

하지만 가격이 선택 기준의 전부는 아니다. 박진주(행정 05)씨는 “한적한 곳의 옷 가게를 자주 간다. 인터넷 쇼핑을 하자니 입어보지 않아서 나에게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되고 동대문이나 명동의 쇼핑 타운에 가면 부담스러운 호객행위 때문에 오히려 쇼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브랜드를 선호하는 한 학생은 “보세 가게나 인터넷 쇼핑몰은 가격이 저렴해서 좋지만, 자칫 나와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어서 싫다”고 이야기 한다.

여대생만의 스타일은 바로 ‘개성’과 ‘감성’
고등학교 때까지 꿈꿔왔던 대학은 자유의 공간이었다. 수능시험 날, 시험이 끝나고 백화점으로 달려가 5장의 옷을 샀다는 한 1학년 여학생의 이야기에서 억압돼 왔던 자유의 본능을 터뜨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유행은 어떤 한 지배적인 스타일이 주도한다기보다는 여러 스타일이 동시에 유행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형성하는 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관·사정에 따른 개별적인 행동이 옷에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점은 특히 대학생에게서 더 강렬히 느낄 수 있다.

내가 대학생임을 알려주는 가장 뚜렷한 ‘개성’이라는 신호는 어떤 옷을 입는지부터 어디에서 옷을 사는지 까지 다양한 색깔로 보여 지고 있다. 그녀들의 스펙트럼은 그 범위를 알 수 없다는 데에 바로 매력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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