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대기자들 모두 텔레비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날 텔레비전에서는 연예인들의 이혼 소식이 계속 흘러나왔다. 관련 소식들이 나올 때마다 병원에 온 사람들은 다들 “저런”, “쯔쯔” 하는 소리를 내곤했다. 그리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우리 부모들의 세대가 겪어온 삶의 양태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빨래터에서 모여 앉아 ‘갑돌네’가 어쩌니 ‘갑순네’가 어쩌니 하는 얘기들은, 곰곰이 따져보면 누구를 험담하기 보다는 그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동정해주고 보듬어주기 위한 것으로, 이웃 간의 애정어린 소통이었다고. 물론 이러한 소통이 도를 넘어서 소문이 되고 낭설이 되어 당사자에게는 독설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요즘은, 영화의 한 대사처럼 ‘한 놈만 패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건 마녀사냥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저희들이 있으니 힘내세요’ 등의 인터넷 게시판 글들이 한편으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 같지만, 기실 따지고 보면 남 가정 불화에 힘내라는 식으로 들리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에 덧붙여 상대방을 최소한의 윤리마저 내버린 사람 취급한다.

남의 가정사까지 대서특필되고 거기에 다시는 치유될 수 없을 정도의 말들이 인터넷 상에 떠도는 이러한 현실과 문화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본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추정해보자면 적어도 우리 젊은 세대들 아닐까? 그런데 우리 젊은 세대들, 남의 가정사까지 관심을 가져 주는 우리들의 오지랖은 정말 넓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혹자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문화적으로 향유할 만한 것들이 빈약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라고 얘기하곤 한다. 문화적 빈곤이라는 얘기인데, 정말 없을까? 그냥 오지랖 넓히지 말고 부모가 살아온 얘기라도 들어보자. 소용돌이치는 현대사를 어떻게 버티며 살아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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