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어주는 남자]



한밤중에 누군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펑펑 울기만 했습니다. 저는 몹시 당황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수화기를 든 채 가만히 있었습니다.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필경 그럴 수밖에 없는 어떤 사연이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수화기 너머의 그 말없는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줄곧 듣고만 있었습니다.

순하디순한 소의 눈에도 그런 흔적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풍덩 빠질 듯한 그 큰 눈에서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 말, 웬만해선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침묵만큼 큰 말이 없고, 침묵보다 강한 웅변이 없다고 하지만, “순하고 동그란 감옥”에 붙들린 소의 말은 그 흔적과 기미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정말 “어찌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입 속에서 숱한 자음과 모음을 되새김질하며 거듭 짜 맞추어도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 어떤 사람들에겐 말의 길이 몸 밖이 아니라 몸 안으로 열려 있기도 한 것입니다.
김점용/시인,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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