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아 내는 세 가지 방식



날씨가 차가워지면서 작은 일에도 기분이 쉽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내가 가을을 타는구나’하면서도 왜인지 모를 이상한 느낌은 마음 한 구석을 스산하게 만들었다.

그런 와중에 취재가 잡혔다. ‘눈동자’의 31번째 정기전시회. 그런데 이게 웬일, 전시장소가 삼각산이란다. 수유역에서 버스를 타고 또 들어가야 하는 삼각산 문화예술회관 전시실까지 1시간 남짓의 취재길에서도 필자는 계속 ‘가을을 타야했다’. 안 하던 멀미를 하는 통에 속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닌데다가, 초행길에 행여나 정류장 놓칠까 신경은 날카롭게 곤두서고, 이야기 한 마디 해 볼 동행자도 없으니……. ‘내가 꼭 거기까지 가야하나’하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아무도 없는 전시실에 들어서,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조용히 작품들을 감상했다. 컴퓨터로 효과를 넣지 않은 ‘제대로 된 흑백사진’을 참 오랜만에 보았다. 작품 하나하나를 눈으로, 마음으로 느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그 앞에 오랫동안 서 있게 하는 작품 몇 점이 있었다.

때 마침 눈동자 회원이 자리로 돌아왔고 서둘러 사진들의 의미를 물었다. 서영인(경영 07)씨는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해지는 모습이 예뻐 보여 찍은 사진을 이번에 전시했다”고 본인의 작품을 소개했다. 하지만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사진에서 일몰의 아름다움을 찾기는 어려웠다. 표현할 수 있는 색이 두 가지로 한정되면서 사진작가가 담아낼 수 있는 범위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그는 “활동경력이 많은 선배들은 찍기 전부터 사진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고 그에 맞게 사진을 찍지만 신입생은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필자의 마음을 흔든 사진은 사진마다 하나의 의미를 담고 있는 ‘주제작’이라고 한다. 눈동자는 지난 10월, NGO ‘문화우리’가 주최한 ‘도시경관기록보존사업’에 초대되었다. 그들의 몫은 종로구 교남동, 양천구 신월동과 같이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점차 사라져가는 구도시의 일상적 경관을 카메라에 담는 일이었다.

평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도 사진 찍는 기술보다 사진 찍을 때의 마음가짐을 중시해 가르친다는 눈동자. 뉴타운 지역을 찍은 사진들에는 단순한 풍경이 아닌, 주변 이웃들의 삶을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동아리 활동에 대해 “찍는 사진마다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서씨의 말은 그 어떤 교과서적인 대답보다도 와 닿았다. 살다보면 대단한 확신이나 사명감에 젖어서 일을 지속한다기보다 그저 그 행위 자체가 좋아서 하고 있을 때에 더 큰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주춤해지고 있는 대학생들의 동아리 활동도, 취업이라는 목표에 부합된 행동만 하려는 강박관념들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가는 길에는 보이지 않았던 가을볕의 단풍들이, 돌아오는 길에는 두 눈동자 안으로 환하게 비춰졌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