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POP UP



온 국민이 원더걸스(Wonder Girls)의 ‘Tell me’에 푹 빠져있다. 말해달라고 하는 것은 명료하다. 사랑한다고 말해다라는 것이다. 가사의 구조, 멜로디나 박자 또한 아주 단순한 느낌이다. 기름기를 쫙 뺐다고 할까. 물론 원더걸스는 원더우먼을 차용한 것일 터이다. 슈퍼맨 버금가는 화려한 의상으로 등장하여 어느 순간 악당들을 물리친다는 원더우먼의 단순한 구조는 원더걸스와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

여하튼 대중음악은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성립할 수 없는 개념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대중들의 기호가 무엇인지 고려해야 하는 것 또한 최우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러한 고려들 때문에 지금 온 국민이 ‘Tell me~, Tell me~’를 흥얼거리고, 아침에 일어나 몸풀기로 적당한 도수체조에 비결될 만큼 단순한 춤을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록 복잡하고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일들은 대중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바쁜 세상이니 급박하게 변화하는 세상이니 등등을 이구동성으로 부르짖으니, 세상 사람 모두 그런 줄 알고 어딘지 모르고 달려가는 상황에서, 단순하면서도 눈과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을 대중들은 원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원더걸스도 세월이 지나 ‘가요무대’ 같은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가끔 ‘가요무대’에서 당대 인기의 핵심에 있었던 무슨 자매니 무슨 시스터니 하는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인기는 화끈하면서도 은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에게나 유행에 민감한 시절이 있다. 필자도 과거 꺽다리 이상은이 의미를 알 수 없는 기호인 ‘담다디’를 내뱉으며 율동을 했을 때, 그것을 따라 흉내를 내곤 했다. 이상은은 더 이상 ‘담다디’와 같은 장르의 노래를 선보이지 않는다. 지금에는 뉴에이지 음악에 가까운 형태의 음악을 하고 있다. 올해 앨범을 발매했는데, 13집에 이른다. 그의 음악을 듣다보면 이 가수가 정말 ‘담다디’를 불렀던 가수였나 싶다.

패스트푸드나 잘 제작된 ‘한솥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도 쿨한, 원더걸스에 속한 세대들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하지만 항상 유행처럼 살아갈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상은의 새 음반이나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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