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학기 ‘해외봉사활동 및 현지체험’으로 2003년 12월 24일부터 2004년 1월 2일까지 베트남에 다녀왔다. 12월 24일부터 30일까지는 호치민시에 속해있는 외곽 시골지역인 냐베현에서 현지 주민들과 보냈다.

냐베현에서 2가구의 집을 지어주는 일이 우리가 베트남에 온 목적이었다. 벽돌에 모르타르를 발라서 쌓는 일, 서까래로 쓸 나무에 기름칠을 하는 일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많지 않았다. 비록 우리가 도움을 주는 입장으로 갔다고 해도 처음 해보는 일이었고 일을 배워야만 했다.

그분들이 친절히 가르쳐 주시긴 했지만, 서투른 우리들은 일의 속도를 내지 못했다. 멀리 한국땅에서 대학생들이 그래도 일을 돕겠다고 오니까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다. 베트남 대학생들의 숫자는 많았지만, 우리나라가 한 때 그랬던 것처럼, 대학생은 신분상승의 발판으로 인식되고 있어, 그들에게는 험한 일을 시키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사회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와 함께한 호치민 시립대 한국어과 학생들이 일하는 곳에서는 우리보다 더 서툴러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도 보람 있었지만, 무엇보다 서로 말이 안 통하는 상태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이 색다르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주민분들이 우리에게 무척 잘 대해주셨는데, 더운 날의 갈증을 풀기에 딱 좋은 달큰한 사탕 수수도 듬뿍듬뿍 싸주시고, 손수 칼로 껍질을 벗겨주시는 수고까지 해주셨다.

봉사활동 내내 들었던 생각은 과연 이 사람들이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인가 였다. 이 사람들은 옷 두 벌 정도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들이다. 계절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많은 옷이 필요 없고, 물건이 많지 않아 가구도 필요 없고, 신발도 잘 신지 않는다.

이들은 채취와 어획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돈이 필요해서 시장에 팔지만, 예전엔 그럴 필요조차 없었을 것이다. 물론 베트남 정부가 도이모이 정책을 도입하고 시장경제가 들어서는 지금 베트남 사회도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이고, 그 여파가 이런 시골에까지 미치고 있다.

우선 돈이 없어 학교에 못 간다는 그들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활에 익숙한 나로서는 별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에 눈뜨고 그것을 갈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가서 집을 짓는 것을 도와주고, 경제적인 도움을 줘야되는 이러한 상황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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