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을 깨우는 소중한 시간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하기에 우리는 진정으로 풍족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산에 가기 위해서는 내 생활에 충실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말에도 산에 가기 위해 이번 주 생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되새긴다.” - 간현에 다녀와서, 박성무(경영 03)

“왜 산에 가세요?”

그야말로 ‘산악’을 전문으로 하는 동아리인 만큼, 산악부원이라면 산에 대한 굳건한 철학을 지니고 있으리란 기대에 찬 질문이었다.

산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무서워하거나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막연한 두려움을 지닌 학생들에게 김교현(공간정보공학 03) 산악부 회장은 오히려 “산에 가려면 준비가 완벽하게 끝나 있어야 한다. 장비도 꼼꼼히 챙기고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하고 떠난다. 단순히 즐기고 오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지는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일주일에 한번 씩 1박 2일로, 방학 중에는 2주 동안 장기적으로 산행 겸 야영을 가는 산악부. 그렇기 때문에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는 동아리 생활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게 산악부원들의 솔직한 이야기이다. 주말마다 산으로 들어가는 통에 다른 취미생활을 하거나 연애 하기도 힘들고 그러다보면 결국 동아리 생활과 산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커진 애착은 산을 떠나지 못하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산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그들은 모두 산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법도 배워가고 있었다. 임희섭(환경원예 06)씨는 “산에 오를 때마다 스스로 한 차원 더 성숙해지고 시야가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같은 산을 여러 번 가더라도 그 때마다 감회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산에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마음에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산에서 내려섬과 동시에 또 다시 오를 산을 가슴에 그려본다고. 지난 2004년, 산악부에서는 비가 오는 여름에 암벽 등반을 하다가 조난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권순일(공간정보공학 04)씨는 “그 때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하다가, 무사히 하산하고 나니까 다음 주에 오를 산 생각에 금세 또 들뜬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참 많이 웃었다”고 회상한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에 발맞춰 나아가야 하는 대학생들이라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산악부원들은 듬직한 산만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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