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읽어주는 남자



회사에 다닐 때의 일입니다. 직원들은 모두 야유회를 가고 혼자 남아 있었습니다. 텅 빈 사무실에 혼자 있으려니 직원들의 의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저도 모르게 직원들의 의자에 번갈아가며 앉아 보았습니다.

이렇게 앉아 기안서를 쓰고… 광고 디자인을 하고… 방송뉴스를 쓰고… 여기서 팀장 눈치를 봐가며 주식투자를 했겠지… 등등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누군가의 의자가 된다는 것, 기댈 의지처가 된다는 것, 주저앉아 울 수 있는 바닥이 된다는 것, “어머니”의 말씀처럼 “별거” 아닌 게 아니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한 지경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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