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가 환경생태공원으로 복원된 후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난지도를 서울의 대표적 쓰레기 매립지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난지도를 가본 사람이라면 생태와 예술이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과거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서 나오는 침출 오수를 처리하던 침출수처리장은 2006년 4월 서울시에 의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로 탈바꿈을 했다. 이제 난지도는 죽음의 공간에서 생명의 공간으로 다시 예술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상암동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자리 잡은 창작스튜디오는 만 40세 이하의 유능한 신진작가들에게 작업장을 전면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지난해 11월 입주한 2기 작가 17명이 이곳에서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은 회화를 비롯해 미디어,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6년 4월 입주했던 1기 17명의 작가들은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뉴미디어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로 지난해 2월, 공동으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일기예보전’을 선보였다. 이 공동 전시회는 이들이 1년의 입주 기간 동안 함께한 교류와 소통, 창작의 결과물로 이어 9월에는 오픈스튜디오를 개최한 바도 있다. 현재 2기 작가들이 입주한 관리동 건물에 이어 약품동 건물에서도 11명의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침출수처리장을 그대로 리모델링해서인지, 높은 천장과 긴 형광등 위로 이어진 배선이 좀 더 작업장다운 느낌을 더하고 있었다.



미술계에 부는 집단창작의 추세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의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이정준씨는 “반 고흐전을 열며, 반고흐 작품에 들어간 보험금이 1조 원이 넘었다. 이렇게 보면 자동차 몇 대 파는 것보다, 유망한 작가들을 육성하는 일이 문화사업의 일환이자 관광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아트와 재테크를 합쳐 ‘아트테크’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그 정도로 최근 국내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이한 가운데 미술에의 투자가치가 높게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민간미술관부터 지방자치단체까지 신진작가들에 대한 지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신진작가들 또한 이러한 현상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지 최근 미술계에 집단창작이 줄지어 일어나고 있다. 1998년 쌈지스페이스를 시작으로 영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현재 50~60곳에서 집단창작작업을 하고 있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회화 작가 박은하씨는 “미술시장이 아직 활성화가 덜 됐다고는 하나 지방자치단체가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만 봐도 근래 2~3년 사이에 환경이 부쩍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며 “예전과 달리 내 나이 또래에 벌써 전업 작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미술가 복지가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발전적 네트워크화가 이루어지는 작업환경
사진작가 이원철씨도 집단창작이 창작스튜디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예전 작업실에 비해 같은 시각 예술의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며 “문화예술에 대해 내가 하는 고민들을 똑같이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집단으로 함께 모여 있다 보니 한 사람을 찾아 왔다가도 작업하는 다른 사람의 작업실에도 발길하기 쉬워 홍보 접근성도 뛰어나다고 한다. 덧붙여 이원철씨는 “이렇게 공공기관에서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이 다른 사설기관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많은 미술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거나 문의전화를 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집단창작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문화교류가 글로벌 문화지형을 형성한다. 미술이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민간의 지원에 의해 집단창작으로 폭넓고 다양하게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집단창작 공간은 작가 개개인이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자극하여 보다 새로운 것을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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