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POP UP

재테크 서적보다는 자기 계발서가 요즘 더 많이 팔린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자기 계발서가 9권이나 포함되어 있다 한다. 자기 계발이 근래 출판 트렌드인가보다.

출판사 언저리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니 표제 잘 뽑은 자기 계발서가 출판사 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책의 제목을 잘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의 제목처럼 우선 세인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의 내용은? 이 부분이 항상 의심이 간다. 자기 계발 요소는 참 많기도 하다. 삶의 자세, 인관 관계 노하우, 시간 관리. 심지어는 면접 잘하는 법과 프리젠테이션 잘 하는 법 등도 자기 계발에 포함된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가만히 보면 그 얘기가 그 얘기 같다. 즉, 수사(修辭)이다. 가령 ‘칭찬에 인색하지 마라’라는 항목이 있다고 치자. 이걸 누가 모르나. 다만 칭찬하는 방법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기실 자기 계발 혹은 삶의 처세에 담겨진 항목들을 보면 지극히 당연한 항목들만 나열되어 있는 셈이다. 특수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삶은 보편적이지만 개인은 특수적이다.

자기 자신에 숨겨져 있는 지혜로움을 찾아내는 자기 계발이 왜 필요할까? 왜 자기 계발을 자기 스스로 행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지도 편달 하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정신적 스승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요즘 자기 계발서를 보면 계발이 아닌 개발에 더 가깝다. 사회 생활의 무시무시한 정글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일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능적이고 효율적인 인간만이 필요하다. 남을 칭찬하는 것도 기뻐하는 것도 혹은 슬퍼하는 것도, 인간 본연의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 됐다. 씁쓸할 따름이다.

자기 계발서 읽는다고 자기 계발되지 않는다. 소설 읽고 시 읽고 명화 찾아보고 하는 것이,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의 잔소리가 자기 계발에 더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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