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어주는 남자



이제 새 학기가 시작인가요? 시작은 늘 설렘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이때의 설렘이란, 시작이 늘 미래에 대해 열려 있기 때문에 생기는 아주 자연스러운 마음 상태입니다.

그런데 위 시를 보면 시작이 곧 끝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 있군요. 그가 살아가는 세상은 마침표가 먼저 찍힌 문장처럼 끝이 먼저 예고된 이상하고 부조리한 곳입니다. 그러니 세상은 캄캄하고 먼지가 난무하는, 미래에 대한 설렘이 존재할 수 없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현재 힘들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해서 과연 끝이 난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과거는 그만 잊고, 새로운 각오로 삶을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요? 마침표를 먼저 찍었으니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을 늘 옆에서 지켜보고 염려해주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의 어머니가 그들 중 한 사람입니다. 삶의 고단함으로 인해 어머니의 눈동자는 검은 절망의 빛과 닮아 있지만, 위 시는 그것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합니다. 이는 결코 삶을 포기한 적이 없는 그들의 의지로부터 우리의 삶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함종호(국어국문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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