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그여자’의 배우들을 만나다

춘삼월, 꽃이 핀다. 소생하는 이 계절에 당신의 가슴에도 다시 파도가 친다면, 당신과 그 혹은 그녀를 봄빛으로 촉촉히 물들이고 싶다면. 그렇다면 만발하는 청춘의 손을 맞잡고 연극 극장을 찾아봄이 어떨까? 자연은 하나님의 작품이요, 문화예술은 인간의 작품이라 했으니, 이번 봄에는 둘 다 함께 만끽해보자.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연극 ‘그남자 그여자’ 속 캠퍼스 커플인 두 배우를 만나 그들과 그들의 연극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연극, 교감과 공감 사이

왠 연극? 우리를 소극장으로 이끄는 연극의 매력은 무엇일까? “저도 관객으로서 많은 연극을 접합니다. 연극은 살아 숨쉬는 감정을 현장에서 바로 느끼게 합니다.” 김지훈(영민 역)씨가 말하는 연극의 맛은 ‘현장성’이었다. 대개 영화는 짜여진 틀로 한 시선을 쫓아 다닌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그’ 장면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연극의 ‘현장성’은 같은 장면이라 하더라도 관객 숫자만큼의 프레임이 존재하게 한다. 이것이 김지훈씨가 말하는 연극의 매력이다.

객석에서 느끼는 연극과 무대에서 느끼는 연극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김지연(지원 역)씨는 배우로서 느끼는 연극의 기쁨을 이렇게 말한다. “배우도 사람인지라 표현이나 감정을 싣는 것이 매번 같을 수 없어요. 그날의 컨디션이나 관객의 호응도, 즉각적인 반응에 따라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죠. 같은 상황을 연기하지만 매번 다른 묘미를 얻을 수 있어요.” 즉, 관객과 무대 사이에서 나타나는 교감 그리고 공감은 관객뿐만 아니라 배우도 감동시키는 것이다. 이 공감은 연극인이 연극인이기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일 것이다. 김지연씨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커튼콜을 하는 순간 감동받은 사람들의 진심어린 박수를 받을 때 가장 행복해요”라고 전한다.

붙어 있지도 떨어져 있지도 않은, 딱 한 걸음 정도의 거리에서 마주 선 한 쌍. 그 간격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감정의 고조와 이완이 바로 봄처녀, 봄총각 그리고 무대와 객석이 공유하는 공통분모이다.

서로 다른 언어로 사랑을 말하다

삼월은 말한다. 삼월의 캠퍼스는 새로운 사람과 사랑을 말한다. 모두가 다른 언어를 말하지만 그 내용은 사실 같다. 연극 ‘그남자 그여자’가 관객과 통하는, 그 소통의 창구가 바로 이 공감이다. 이번 연극의 원작은 이미나 작가가 쓴 ‘그남자 그여자’이다. 책에서는 단편, 단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지만 연극에서는 사내 커플과 대학생 커플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다.

기획팀 이신애씨는 “어떤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라 누구나 하고 있는 사랑으로 많은 연령층과 교감하는 연극”이라고 소개한다. 수줍은 사내 커플과 풋풋한 대학생 커플은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 속에서 상대방이 몰라주는 자신의 마음을 관객에게 털어 놓으며 관객과 호흡한다. 극에서 보여지는 닭살 애정 대결도 주목할 만하다.

극 중에서 지원에게 “넌 애인 생기면 뭘 제일 먼저 해보고 싶었어? 우리 그런 거 적어뒀다가 한 번씩 다 해보자”고 말하는 대학생 영민역의 김지훈씨에게 어떤 대사가 가장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자 대사 한 구절을 소개해 주었다. “사랑과 그리움은 한 걸음 차이래. 지금 걸어가지 않으면, 영원히 그리움으로 남을 거래.” 그렇다. 그 ‘한 걸음’의 긴장을 즐기러 오늘은 대학로로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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