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인디다큐페스티벌 전야제를 가다



‘…어디 갈지 모르는 소박함이 좋아…’ 마치 인디다큐를 표현하는 듯한 이 노래말은 지난 26일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전야제 공연에서 불렸다. 신촌에 위치한 카페 ‘빵’에서 진행된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전야제는 밴드 ‘페일슈(Pale Shoe)’, ‘소히’의 공연과 함께 인디다큐멘터리 두 편이 상영되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다큐가 음악과 함께 편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인디다큐페스티발은 2001년부터 시작해 올해 8회를 맞고 있다. 이 페스티벌은 국내외 독립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다큐멘터리 전문영화제로 국내에서 유일하다. 상영되는 다큐멘터리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국내신작 13편을 비롯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신작 9편이다. 지난 2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4월 3일까지 7일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된다. 독립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영화제일 뿐만 아니라 모든 상영작이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 또한 큰 특징이다.

비경쟁 영화제, 가치있는 가격 FREE

인디다큐멘터리라고 지칭하는 것은 독립다큐멘터리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독립다큐멘터리가 무엇인지 모른다. 독립다큐멘터리란 무엇일까? 이번 영화제의 집행위원장 박종필씨는 이에 대해 “독립다큐멘터리는 방송다큐멘터리와 달리 비제도권의 소리를 담는다. 보통 실험적이거나 사회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장르를 일컫는다”며 “독립다큐멘터리를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사실상 너무 협소해 이 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모든 상영작이 무료로 진행되는 점에 대해 “독립다큐는 소유와 상관 없이 문화로서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도 이번 영화제에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극장 안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열 석 정도의 자리를 마련하고, 몇 편의 영화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 상영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자막 상영을 진행한다. ‘모든 사람’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차별 없는 관람환경을 만들기 위한 인디다큐페스티벌의 작지만 의미있는 배려들이 돋보인다.



인디다큐 두 편, <힛뮤직-혁명의 리듬>,

‘힛뮤직-혁명의 리듬’은 1970년대 ‘뢰다뵈노르’(Roda Bonor)라는 이름의 스웨덴 밴드의 모습을 담은 다큐이다. 8인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뢰다뵈노르가 음악계에 등장할 당시 사회의 단면도 볼 수 있다. 뢰다뵈노르는 그녀들의 음악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공헌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활동했다. 그 외에도 페미니스트 운동인 ‘라이엇 걸 운동’이나 ‘래디컬 치어리더’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며, 무엇을 위해 싸우고 싶은지 정하고 투쟁하던 시대를 볼 수 있다. 다큐 중 한 장면에서 뢰다뵈노르의 한 멤버는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정치적이다”라며 “가사가 개인적이더라도 정치적이었던 예전과 달리 80년대부터 개인화로 인해 메시지가 약화되었다”고 말한다. 앞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고, 힘을 쏟아 부으면 모두 가능했다는 그 시대를 느껴볼 수 있다. 현재 21세기의 음악 산업과는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 유행, 즉 ‘정치적인 음악 운동’의 한 부분을 담당하던 뢰다뵈노르의 모습과 더불어 사물을 변화하게 하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다큐이다.

‘way home’은 가수 한대수의 12집 앨범에 수록된 다큐멘터리로 한국포크음악의 대부라 불리는 한대수의 생활 한 부분을 엿볼 수 있는 다큐이다. 이 다큐를 촬영한 김경수 감독은 이 다큐에 대해 “한대수씨가 치열하게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싱거우면서 유쾌한 그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음악하는 모습, 그의 삶을 어떤 부분도 강조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담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말했다.

이를 관람한 김도희씨는 “워낙 독특해서 어렵게 느껴지던 한대수라는 인간의 삶, 그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며 “음악적인 부분을 많이 다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생활 속의 그의 모습이 다루어져 그가 하는 음악에 대해 더 쉽게 이해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way home’의 한 장면에서 한대수가 말한다. ‘좋은 추억의 곡을 만들자.’ 자,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자유로운 소통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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