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_일본 그리고 일본인의 나라_ ① 요코하마를 가다

1859년 개항 이후, 요코하마의 부두는 일본으로 들어가는, 그리고 일본에서 나오는 가장 큰 문이었다. 내년이면 요코하마 개항 150년이다. 개항 당시 300명에 불과했던 작은 마을은 이제 35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대도시로 탈바꿈됐다. 그리고 요코하마는 항구도시에서 국제도시로,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일본인들은 요코하마의 도전을 ‘미나토미라이21’이라 부른다.

요코하마시가 바다에 맞닿은 196ha(56만3천평)의 부지 위에 업무 공간과 쇼핑 시설, 위락 시설들을 갖춘 워터프론트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 1983년부터, 24시간 활동하는 국제문화도시, 21세기의 정보도시, 물과 숲과 역사로 둘러싸인 인간환경도시를 목표로 미나토미라이21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

미나토미라이21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요코하마시는 오는 2010년 사업을 최종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 닛산은 미나토미라이21을 찾은 첫 번째 대기업 본사로서 내년에 새 본사로 이전할 계획이며, 후지 제록스도 R&D 센터를 이곳에 건설할 계획이다. 최근 5년 사이 이곳에 사무실을 마련한 외국기업만도 1,100여 곳이다. 요코하마시는 미나토미라이21이 19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를 안고 있다.

미라토미라이21은 관광지로 우리에게 더 친숙하다. 지난해 미나토미라이21을 찾은 관광객수는 무려 4천7백만명. 초고층 빌딩의 현대적인 모습과, 요코하마의 바다와 자연을 최대한 보존한 자연의 풍경, 그리고 대규모 쇼핑몰, 놀이공원이 관광객의 발길을 이곳으로 이끌고 있다.

랜드마크 타워는 미나토미라이21의 자랑이다. 랜드마크 타워는 지상 70층, 296m의 높이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도쿄타워 전망대에서도 랜드마크 타워가 보일 정도이다. 랜드마크 타워 바로 옆으로 퀸스 스퀘어라는 건물이 있다. A, B, C 세 개의 동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그 높이가 각각 172m, 138m, 109m로, 멀리서 보면 계단식의 스카이라인을 연출한다. 랜드마크 타워의 건너편에 자리 잡은 대관람차 역시 최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테마파크 ‘코스모 월드’의 대관람차 ‘코스모 클락21’은 그 높이가 112.5m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대관람차이다.

미나토미라이21에서 인상적인 것은 사실 초대형 빌딩군이 아니다. 랜드마크 타워 아래에 자리잡은 ‘도크야드’는 100여년 전에 지어진 조선소의 도크를 기둥만 바꿔 공연장으로 활용한 예다. 미래형 도시를 계획하면서 개항지로서 요코하마의 역사를 보존하려 애쓴 일본인들의 노력과 수고를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아카렌가소코는 일본인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애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902년에 건립된 창고를 리모델링하여 쇼핑몰로 만든 것이다. 내진 설계를 보강하여 외양은 말할 것도 없고, 내부까지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또한 미나토미라이21과 기차역을 잇는 키샤미치 산책로는 1907년 미국의 철도회사가 놓은 철교를 그대로 보존한 것이다. 역사에 기반한 도시재생의 사례이다.

미쓰비시 중공업의 조선소와 일본 국영철도의 차량 기지가 있던 기름 냄새 나는 공장터를, 비즈니스의 중심지, 매력적인 관광지로 만든 저력은 일본인과 일본인들에게 있다. 20년 동안 구상한 기획안을 6년 동안 수정 보완하는 극도의 치밀함, 그리고 200억원의 개발이익을 포기하고 생태공원을 조성하자는 건의를 그대로 받아들인 요코하마 시당국과 시민사회 간의 신뢰가 미나토미라이21을 요코하마에 있게 했다. 그리고 일본인은 그들의 도시에 대한 철학을 미나토미라이21에 담았다.

경제와 환경이, 사람과 자연이,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미나토미라이21는 일본인이 꿈꾸는 이상적인 도시의 모습이다. 그래서 미나토미라이21은 일본인의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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