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7월 31일 ‘불온서적’을 선정해 발표했다. 독서의 계절로 접어들며 불온서적을 찾는 손길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불온한 서적 『소금꽃나무』의 저자 김진숙씨는 몇 년 전 우리대학에 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토록 의연하던 나뭇잎에도 하늘빛에도 바람결에도 그렇듯이 단아하던 교정에도 가을이 내려와 있겠지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김진숙씨의 불온(不溫)한 서적의 따뜻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불온서적’에 선정되셨는데
지하철에서 신문을 읽다가 불온서적 기사가 눈에 들어 와 지금이 어느 땐데 얘들은 아직도 이런 짓을 하나 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읽는데 중간에 ‘소금꽃나무’가 나오더군요. 첨엔 좀 황당하고 우스웠습니다. 마침 휴가 중이라 같이 웃을 사람이 없는 게 아까웠습니다. 휴가 지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한동안 받았습니다. 제가 쓴 책이 목록에서 빠졌다면 많이 섭섭했을 듯합니다.

출판계 불황에도 기존의 판매량보다 10배 이상 판매를 올리고 있는데
사실입니다. 실제 10배가량이 팔렸대요. 그래서 처음엔 출판사에서도 웃느라 대응해야 할 시간을 좀 놓친 것도 사실입니다. 갑자기 책 주문이 밀려드니까 정신이 없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건 책이 많이 팔린다고 좋아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사회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징검다리가 될 텐데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싶어 성명서도 내고 그랬지요.

이번 사건이 작가들의 창작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불온서적 선정을 통해 저들이 노린 바가 있을 텐데 전혀 안 먹히고 오히려 그 반대가 됐죠. 앞으로 제가 다시 책을 쓸 일이 생긴다면 자기검열을 하게 되겠지요. 불온서적에 등극하는 방향으로.

국방부의 이번 불온서적 선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10여 년 전쯤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징역 갈 준비를 하거나 잠수 탈 배낭을 꾸리는 게 순서일 텐데 오히려 저들의 시대착오적 발상들을 즐기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촛불이 이 사회를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시켜냈는지 실감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변화할 동안 쟤들은 뭘 한 걸까요. 부동산 투기하고 위장 전입하고 자식들 위장 취업시키고… 저들의 10년과 우리의 10년이 얼마나 다른지를 절감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작 『소금꽃나무』가 반정부·반미로 분류되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게 좀 쪽팔리고 유일한 흠입니다. 반자본주의로 분류를 해줬다면 깔끔했을 것을. 책 내용 중에 미국에 관한 얘기는 아예 없고, 그 책이 이명박 정권 출범 이전에 나왔기 때문에 반정부에도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고 국방부장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밝힌 바 있는데 앞으로 분류에 좀 신경써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책을 통해 ‘진짜’ 하시고픈 말씀은
노동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린 어려서부터 거북선은 이순신이 만들어왔다는 교육을 받고 태정태세문단세류의 교육에 대해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고 평생을 삽니다. 실제 거북선은 이순신이 혼자 만들었을까요? 태정태세들이 가렴주구와 주색잡기와 당파싸움에 빠져 명을 단축해온 게 이 나라의 역사였다면 벌써 망하지 않았을까요?
일하는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오고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 그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실제 저는 일년에 200~300군데의 현장을 다닙니다. 차바퀴 만드는 공장, 차시트 만드는 공장, 엔진 만드는 공장, 범퍼만드는 공장, 그걸 조립해서 완성차를 만드는 공장, 병원, 학교, 은행, 신문사, 동사무소, 지하철을 움직이고 화물차를 움직이고 버스를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노동자들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하는 일에 비해 너무 형편없는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가슴 속에 맺힌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조언하신다면
학생들도 결국은 노동자가 되겠지요.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아마 대부분은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 나은 직장,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입시 때보다 더 치열하게 노력하고 친구를 상대로 경쟁함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건 개인의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구조라면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이나 다 행복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이제는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투쟁에 촛불을 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KTX동지들은 서울역 철탑농성을 하고 기륭전자 김소연동지는 단식 87일쨉니다. 이랜드, 코스콤 등 너무나 많은 비정규직들이 힘든 상황에 처해져 있고 그 시간들이 무참히 길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우선 학교에서 일하시는 청소아주머니, 경비아저씨, 식당아주머니들의 삶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다면 그분들의 삶이 한결 나아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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