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관람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지나가다 흘깃 보는 법, 자세히 살펴보는 법,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법 등. 우리대학 박물관 권순철 학예연구사는 이 가운데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는 것을 으뜸으로 꼽는다. 학업과 직업을 가진 학생, 시민들이 저마다의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이 가지는 의미를 포착해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박물관은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문화유산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청량리 박물관 나들이’라는 문화유산을 통해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문화·역사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가을로 넘어가는 한자락, 우리대학 가까운 곳에 산재해있는 문화유산 탐방에 동행해보자.


1. 서울시립대박물관
우리대학 박물관에서는 ‘개교 90주년 기념 교사 특별전’ 전시가 진행중이다. 개별 학교의 역사가 모여 한국의 교육사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대학의 이번 전시는 단지 우리대학 역사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대학은 서울시에서 세운 학교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의 변화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과거 식민지 국가들은 본국의 식량조달을 위해 농업화 된 사례가 많다. 우리대학의 전신인 경성농업공업학교도 마찬가지로 조선총독부가 1918년에 세웠다. 그 뒤, 박정희 정부의 공업화 정책으로 인해 1974년 우리대학은 서울산업대학으로 교명을 바꾸고 도시 건설과 행정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데 집중하게 된다. 80년대 이후의 정보화 물결은 1987년 우리대학을 지금의 종합대학으로 바꾸는데 기여했다. 5분만 투자한다면 교육사의 한 단면을 살펴보기 충분하다.


2. 떡전교 및 청량사
떡전교, 시립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그 유래는 아는 학생은 많지 않다. 조선시대, 서울을 향하던 나그네들이 동대문을 앞두고 청량한 그늘이 있는 곳에서 쉬어가니 떡을 파는 가게가 늘게 된 데서 유래됐다.

지금 떡전교라 불리는 다리는 처음 이름 붙었던 조선시대의 떡전교가 아니다. 예전의 떡전교는 사라지고 그 명칭만 남게 된 것이다. 반면, 청량리 명칭의 유래가 된 청량사는 명칭도 건물도 남아있다.

청량사는 서울의 4대 비구니 사찰 중 하나이다. 권순철 학예연구사는 “과거에 절은 사대문 바깥에 지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청량사는 동대문 바깥쪽인 지금의 위치에 자리하게 됐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떡전교, 청량리 명칭뿐만 아니라 전농동, 홍릉동 등의 유래를 매주 진행되는 탐방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3. 영휘원 및 숭인원
1895년 고종황제의 비인 명성황후가 을미사변 때에 피살됐다. 왕릉의 경우 죽음 전에 미리 기간을 두고 만드는 데 반해 당시 명성황후의 죽음은 너무 갑작스러웠다. 이에 2년간 릉을 준비해 1897년 명성황후를 청량리동에 만든 홍릉에 모신다. 그러나 1919년 고종황제 승하 후 명성황후는 고종황제를 모신 남양주에 합장하게 된다. 그 후, 이곳은 명성황후 사후 고종황후에게 총애를 받은 후궁 순헌귀비 엄씨의 무덤이 됐다. 홍릉 자리에 영휘원이 들어섰지만 홍릉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 길 이름도 홍릉터길이다.

숭인원은 고종황제의 넷째 아들 의민황태자의 장자인 이진이 태어난 지 일년만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것을 안타까워 해 만든 무덤이다. 역사의 뒤로 묻혔지만 여전히 숨 쉬는 조선시대 역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4. 세종대왕기념관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세종대왕이 남긴 가장 큰 업적,훈민정음은 한글의 제작원리가 가장 확연하게 드러난 책이다. 세종대왕기념관에서는 바로 이 훈민정음 목판본과 용비어천가 등도 눈앞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해시계와 물시계뿐만 아니라 활자유물과 천문기구 발명품등도 가득하다.

관람객 김미자씨도 “문화유산의 의미를 아이들과 함께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라고 전했다. 지금의 키보드와는 사뭇 다른 엄청난 크기의, 3벌식 등 다양한 타자기는 과거로 돌아온 듯 한 착각을 들게 만든다. 시대를 앞서간 세종대왕의 선견지명이 녹아든 곳이다.


5. 홍릉수목원 및 산림과학관
홍릉수목원은 옛 홍릉의 자리에 1922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다. 지금은 홍릉수목원과 영휘원 사이에 길이 나 차가 다닐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예전에는 이어진 하나의 장소였다고 학예연구사는 설명한다. 현재 이 안에는 산림과학연구원이 있고 산림과학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다.

이 근처에는 한국국방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과 고려대, 경희대, 우리대학 등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 즐비하다. 왕릉의 위치는 명당자리로 한다는 과거 풍수지리에 따르면 인재들이 모인 이 지역의 지정학적 측면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도 음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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