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슨 역할을 맡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적인 하모니가 잘 이뤄져야 그 연극이 빛나는 거야.” 장애인 극단 ‘휠’이 다음 달 선보일 연극의 대사 중 한 구절이다. 이 대사와 마찬가지로 사회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하모니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 극단은 장애인의 문화 영역이 넓어지는 것을 주도하고 있다. 다음달 14일 열릴 하상복지관 문화축제에 초청돼 연극 연습에 한창인 장애인 극단 ‘휠’을 만났다.

극단 ‘휠’은 2001년 창설된 전문적인 극단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장애인 극단이다. 지난 7년 동안 장애인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극으로 창작해 총 17번, 68회의 공연을 했다. ‘휠’은 연극이라는 매체로 문화예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부족하다보니, 활동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 그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던 것이 그 시초였다.

연극의 또 다른 가치
연극은 몸과 마음, 정신까지 고루 사용해야 하는 높은 수준의 문화컨텐츠다. 어려운 장르인 만큼 그들의 도전은 더욱 의미가 깊다. ‘휠’의 단장 송정아씨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중증장애인은 성인이 되어도 경제적 활동이 힘들어 집에만 있고, 집에만 있다보면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적어지고 말이 적어져 소심하게 된다. 그러나 연극을 통해 장애인들은 자신감을 얻게 되고 목소리도, 발음도 좋아지며 직접 몸을 움직여 활동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두루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연극이 정신지체인의 적응기술 향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일 연구(임태성 석사논문)’에서 정신지체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연극의 경험유무에 따라 사회성, 지역사회활동, 자기관리, 가정생활 등의 적응기술영역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고 의사소통의 자신감, 대화의 집중에서 의미있는 차이가 발견된 바 있다. 장애인 배우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일까. ‘휠’의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원유민씨는 “연극은 인생이다. 내 삶에 용기를 내지 못했던 부분들에 용기를 내어 체험해 볼 수 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배우라는 위치를 통해서 다르게나마 표현할 수 있다”고 연극이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말했다.

열악한 무대에서 피는 사랑의 꽃
장애인 연극에 대한 지원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후원금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지만 고정적인 지원금이 없어 재정적으로 어렵다. 가장 오래된 장애인 연극단의 이러한 처지에 비춰볼 때, 다른 장애인 연극의 지원이 부족함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장애인극단은 주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편인데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대극장과 달리 소극장은 장애인들의 출입부터 이동하는 동선이 불편해 공연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공연시에는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무대에 오른다.

연극 연출은 전문적 분야이기 때문에 연출부분은 외부의 전문인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휠’의 배우들은 매년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연극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위주로 구성된다. 연극에 대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극단에서 활동하며 나름의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다.
그동안 ‘휠’의 무대는 자신들의 이야기였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대본을 만들어 창작 연극을 공연했다. 그리고 다음달, 처음으로 기존의 작품인 ‘빈방있습니까’를 공연한다. 이는 배우들에게 새로운 시도이다. 장애인 배우들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동선도 배우들에게 맞게 고려해야하고, 관객에게 전달력이 높도록 대사를 각색하는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송정아씨는 “앞으로 장애인 극단 휠이 장애인단체 소속에서 독립하게 돼 휠 자체적으로 장애인을 위해 사회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단체로 성장하길 바란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장애인 연극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알리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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