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공연을 보았던 사람들은 ‘이 노래가 이렇게 연주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한다. 음악이 예술과 대중의 경계에서 갈팡질팡하는 상황에서 “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장르가 아니라 음악이 갖고 있는 본질”이라고 말하는 음악가 윤효간씨.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음악이 없는 삶은 잘못된 삶이라는 말이 있다. 철학자 니체의 말이다. 음악은 문화의 한 갈래로 사람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러나 요즈음 음악은 대중적이면서도 한 갈래에 편중되어 있는 느낌이 강하다. 다양한 음악 문화를 누리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열린 시각으로 대하는 음악
음악은 다양한 장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장르가 동등하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대중음악, 특히 상업적 성격을 강하게 띠는 것들은 음악성의 질적 저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음악으로 클래식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클래식에 편중된 음악적 교양을 추구하는 것 역시 예술의 권력화라는 비판을 피하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윤효간씨는 “장르를 세세하지 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것처럼 음악도 장르별로 다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각 장르마다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음악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의 본질적인 요소, 음악을 들으면서 기뻐하고,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그런 것이면 충분하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장르의 음악을 굳이 들을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 윤호간씨의 말이다. 또한 그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들을 권리가 있다”며 “클래식이 아닌 다른 분야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위험한 현상이다”라며 음악에 대한 열린 시각을 보여주었다.

장르의 구분을 넘어, 피아노와 이빨
윤효간씨는 곧 국립극장에서 열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학력만을 가진 사람이 국립극장에 공연을 올린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직 피아노 하나만을 가지고 압구정동의 공연장에서 700회가 넘는 공연을 이끌어가고, 이윽고 국립극장에까지 자신의 공연을 올리는 그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윤효간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대학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때때로 피아노를 주먹으로 친다. 악보에서 크레센도로 표시된 부분을 디크레센도로 연주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악보에서 통일된 음악을 연주할 때 그는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 연주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동요를 클래식으로 편곡해 외국에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해외 교민들을 위해 시작했던 편곡이 외국과의 언어장벽을 넘어서는 음악을 추구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윤효간씨는 ‘고급’이란 단어를 자신만의 가치라고 정의한다. “인터넷 같은 것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다른 사람도 모두 알고 있는 것”이라며 “나만의 지식, 나만의 경험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윤효간씨다.

외국에서 공연을 하면 한국과 어떤 다른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윤효간씨는 “자유롭다, 열려있다”라는 두 단어로 대답했다. 그는 “음악은 문화이며, 문화는 곧 사람”이라며 “자유롭게, 내 의지대로 음악을 듣고 문화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사람들이 음악에 대해, 문화에 대해 좀 더 알고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음악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라고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했다. 폭넓은 음악 문화가 향유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토양이 마련되어야 하며, 그 토양을 다지는 것은 사람이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윤효간씨는 “혁명이 일어나도 민초부터 일어나듯이, 음악 문화의 발전은 누가 위에서 시켜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자유로운 생각, ‘나는 나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방송이나 언론은 권해줄 수 있을 뿐이니까 모든 사람들이, 개개인 스스로 문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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