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어주는 남자


조롱이, 어치, 가마우지, 아비……. 혹시 다소 생소한 이 이름들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는 본래 조류의 이름들인데, 컴퓨터 프로그램에서는 ‘이스트에그’의 일종이기도 하다. 이스트에그란 프로그래머들이 사용자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숨겨놓은 설정인데, 조롱이 따위의 이름들은 컴퓨터에서 새 폴더를 만들면 부여되는 이름들이다.

이사라의 시 『헛새들』은 “자판 위의 잡새들이 날아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즉 멍하니 앉아 새롭게 생성되는 폴더의 이름들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 이름들이 자판 위 ‘손가락 끝’에서 생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개의 컴퓨터 작업이 키보드나 마우스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우리의 손과 무관하지 않지만, 시인은 그 사소한 행위 속에서 인간의 모든 표피가 욕망을 드러내는 기관임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떠올려보자.

누군가와 손을 잡거나 입을 맞추는 행위들은 모두가 피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사라는 누군가를 향한 자신의 욕망들을, ‘손가락 끝’의 움직임을 통하여 ‘헛새’의 이름들을 호명함으로써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 시에서 그러한 욕망은 “헛새”라는 이름처럼 “유성처럼 꾹꾹” 우는 것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피부 끝에서 시작된 그 호명 행위는 우리 욕망의 출발점을 새롭게 탐색하고자 하는 시적 실험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지금 당신의 손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박성필(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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