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의 글 보다 한 장의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나타날 때가 있다. 사회의 복잡한 양상을 몇 컷에 담아내는 시사만화는 더욱 그렇다. 개개인의 삶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 하나하나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우리나라에서, 만평은 짧고도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하나의 도구이다.

시사만화는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활자 대신 선으로 표현하는 해학적인 기사라는 평을 받기까지 한다. 시사만화는 어떻게 그려지는 것일까. 1909년 대한민보에 이도영 화백의 첫 시사만화가 실린 이래 내년 백주년을 맞이하는 시사만화. 그 작가들을 만나보았다.

사회에 불만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사회에다 한 마디쯤은 하고 싶을 것이다. 시사만화는 그런 사람들의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작은 창구다. 시사만화는 신문기사나 TV뉴스처럼 딱딱하지 않다. 촌철살인의 풍자를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거나 통쾌함을 준다. 프랑스 최대 발행부수를 기록하는 르몽드지에서 시사만화는 1면에 파격적으로 배치되기도 한다. 시사만화는 그만큼 중요하고, 또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위치에 있다.


황기홍씨의 2006 경향신인작가상 시사만화부문 수상작

공감의 광장으로
시사만화를 그릴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 시사만화작가 최인수씨는 “내용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중요시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보화로 인해 접할 수 있는 이슈가 많아지면서 쉽게 잊어버리는 가치들도 많아졌다. 시사만화는 다시금 생각해볼 가치를 발굴하고 독자와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에는 과거와 달리 다뤄야 할 이슈가 무척이나 많아졌다. 독재시절의 압제와 강압이 사라진 것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발전이었지만, 막혀 있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일시에 터져 나오면서 사회는 그만큼 복잡해졌다. ‘유리천장’ 같은 보이지 않는 권력 구도는 사회에 또 다른 과제를 낳기도 했다. 또한 웹2.0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접하고 논의할 수 있는 이슈는 한 개인이 전부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방대해졌다. 이제 사람들은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감각의 과부하’에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인수씨의 시사만화 `사형제를 사형시키자`, `짜가...외`

신문이라는 지면의 한계 뛰어넘어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사만화는 그 특유의 해학성을 마음껏 표출하고 있다. 오히려 TV만평이나 웹 시사만평 등이 시도되는 등 다양한 매체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 아마추어 작가들이 그린 시사만화들이 유통되면서 시사만화는 대중들에게 더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지난 광우병 사태 때 인터넷 유저들이 합심해서 그린 릴레이 시사만평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시사만화는 기사나 이미지, 영상 등 여타의 정보 형태들이 제공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콘텐츠로서 여전히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시사만화, 가치의 이정표
시사만화작가 황기홍씨는 시사만화의 역할을 “진보를 위한 비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설이 신문의 심장이라면 시사만평은 신문의 얼굴이다”라고도 말했다. 신문은 비록 인쇄매체로써의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콘텐츠 제공이나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신문과 궤를 같이 한 시사만화 역시 여론을 형성하는 데 다른 콘텐츠보다 비교적 강한 영향력을 가진다. 많은 가치와 담론들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시사만화는 보다 바른 가치를 제의하는 데 남다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시사만화작가들은 한 컷의 그림에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회 현상을 다르게 보려고 애쓴다. 사회 현상을 바르게 진단하고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 범람하는 이슈들 중에서 보다 중요한 것을 담아내는 한 컷은 이 시대에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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